지난 20여년간 북한에서 김일성부자를 제외하고 가장 막강한 권력자로 군림해온 인물은 단연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었다. 특히 김일성사망이후 김정일에 이어 명실상부한 제2인자로 부상했던 오의 병사는 북한체제에 변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진우의 사망은 일찍이 김일성과 함께 항일빨치산투쟁에 참여했던 소위 혁명1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
사실 철벽같은 공산독재체제에서 변화란 매우 힘들다. 권력자들의 임기도 또 스스로의 퇴진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는 실력자들의 사망에서 기대할 수 있다. 김일성에 이어 7개월만에 19년간 인민무력부장으로 군을 장악, 김부자체제를 지탱해온 오의 사망은 일찌기 모택동 주은래의 사망후 등소평에 의한 중국의 개방, 또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의 사망후 고르바초프에 의한 소련의 개혁과 개방, 민주화작업이 북한의 변화에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당·군·정으로 되어있는 북한의 권력체계에서 김정일은 국가주석과 당총서기자리는 아직 공식 승계하지 않고 있으나 가장 막강한 군권, 즉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장직을 갖고 있다. 김일성이 92년4월 헌법을 개정하여 국가주석을 겸하게 되었던 군권직을 김정일에게 이미 넘겨주었던 것이다. 인민무력부를 국방위산하에 두었기 때문에 당·정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진우가 진작부터 김정일의 후계세습에 철저한 방패역을 해온 충복이어서 누구를 후임으로 기용해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가장 유력시되는 혁명1세대인 최광 총참모장이 후임이 될 경우 강권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만경대학원출신의 오극렬이 임명될 때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군의 개혁을 예상할 수 있다.
새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의 군권대행자이기 때문에 보다 급진좌경모험주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을 뒷받침하는 소위 신사고를 지닌 인물이 될 것인가는 우리에게도 중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바로 남한에 대해 철저한 대결주의를 내세우는 소위 강경파가 나서게 될 때 북·미핵합의이행도 그렇고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한군은 무조건 김정일과 그 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오가 죽은뒤 단 하루의 군복무도 하지않은 김정일이 군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장, 그리고 원수한테 불만을 품은 중견장교들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체제와 군내부의 변화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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