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는 무슨 바람이 불고 있는가. 외국인은 잴수도 없고 예측할수도 없으며 같은 한국인이라도 외국에 나가 좀 살기라도 한 후 들어오면 금방 감각이 무뎌져 그 방향을 잡아 낼수 없는 이 바람은 어쨌든 지금 불고 있다. 한번 불었다 하면 온 한국땅을 마구 흔들기 때문에 「모래시계」 바람이든 「일류」바람이든 이 바람은 타는 것이 유리하다. 아직 드세지는 않지만 지방자치 바람이 분다. 기자들은 웬만한 모임에 나가면 이런 저런 화제를 던져 지금 시정바람이 어느곳에 얼마만큼 불고 있는가를 재보곤 하는데 요즘 모임들에서는 지방자치문제가 나오면 얘기가 열기를 뿜는 것을 느낄수 있다. 모래시계바람이 가고 지방자치 바람이 부는 것이다.
여당인 민자당은 이 바람이 드세질것을 미리 내다보면서 몇가지 방패막이를 준비하려 한다. 대도시를 몇개로 쪼개 지방정치력을 분산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오는 6월27일로 못박혀 있는 지자제 선거 자체를 연기하자는 주장을 내는 의원도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민자당의 이런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나왔지만 분석해 보면 야당이라고 지자제 선거를 마냥 즐겁게 받아들일수만은 없을 것이다. 중앙정치력이 약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땅에 중앙집권체제가 정립된 것은 적어도 고려 중기까지는 거슬러 올라간다. 제6대 성종때쯤에 중앙정부에서 전국조세체제와 관료체제를 완비했었다. 이후 조선 반도의 구석구석에는 중앙정부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지방에 다리를 놓는다든지 도로 포장을 한다든지 학교를 세운다든지 할 때 국회의원쯤의 뒷줄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우리는 최근까지 해왔었다. 이런 역사에서 본다면 지방자치시대를 연다는 것은 혁명이며 그만큼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중앙정치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 제12∼13위권의 대수출국에 들어가 있다. 정치도 전문화되고 강화돼야 한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 중앙정부는 정치력을 지방에 이양해야 할 부문이 있는 반면 외교, 국방, 조직범죄처리문제등에서는 오히려 정치력을 강화해야 한다. 건설, 교육, 환경과 같은 주민생활과 직접 관련있는 분야를 지방정치에 맡길 준비를 하면서 중앙정치는 외교, 국방등에 중앙정치력을 더 모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앙정치는 약화되는 것이 아니고 강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다. 지방화 바람은 드세질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바람을 잘 타야 정치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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