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인정 인권침해 경종/진실은 안개속… 논란 계속될듯【부산=박상준 기자】 유무죄 공방을 벌여온 부산만덕국교생 강주영(8)양 유괴살해사건 1심 선고는 엄격한 「증거위주 재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재판부가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사실을 인정한 것은 문민정부 출범이후에도 계속되는 수사기관의 인권침해행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재판관 3명의 전원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주심인 황규훈 판사가 이들의 유죄를 주장하는 가운데 2대1 표결에 의한 것이어서 앞으로 항소심 등에서 유무죄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치열한 유무죄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만큼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시한 관련 증거와 증언 및 현장검증, 변론 재개요청 등 양측 요구를 거의 수용하고 증거관계를 중심으로 심도있는 검토끝에 원피고인등 3명의 결백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가 이같은 판단에 이르기까지 고심한 흔적도 역력했다. 박태범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직후 『재판부 판사간의 격의없는 토론끝에 표결로 이들의 무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전화통화기록 및 사진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조작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고 유전자감식 결과도 유죄증거로서는 미흡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았다.
이 사건에서 아직 풀리지 않는 의혹은 도처에 남아 있다. 검찰은 주범인 원피고인이 알리바이 증거로 제시한 전화통화기록과 사진 등의 조작사실은 밝혀내지 못한채 조작 가능성만 되풀이 주장해 왔다. 또 이피고인이 집 옥상에 은닉했다는 사체가 방안에서 발견됐는가 하면 경찰이 범행에 사용됐다고 밝힌 노끈과 보자기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와 함께 무죄가 선고된 원피고인 등 3명이 범인이 아니라면 이피고인의 단독범행인지, 제3의 공범이 있는지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새롭게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요지>요지>
이피고인은 20세전후 남자와 이종사촌동생인 강주영양을 유괴해 돈을 뜯어내기로 공모하고 지난해 10월10일 강양을 유괴해 2백만원을 요구하다 목졸라 살해한뒤 보자기에 싸 자신의 집 방에 은닉한 사실이 인정된다.
약취, 유인후 살인 및 사체은닉의 점에 대해 이피고인의 자백을 근거로 남모, 원종성, 옥영민순으로 검거돼 구속 기소된후 이피고인은 범행을 시인하고 있으나 나머지 3명의 피고인은 경찰에서 일시 범행을 시인했을뿐 그후 계속 부인하고 있어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위 피고인들 작성의 각 자술서도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동일하므로 위 피고인들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다.
경찰에서의 원피고인등 피고인 4명의 범행인정진술은 이피고인과 김춘근 등 증인들이 원피고인 등에 대한 경찰의 폭행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과 법원의 신체감정 등을 토대로 판단할 때 경찰의 가혹행위가 인정돼 자백의 임의성이 크게 의심되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옥·남피고인 등 3명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이피고인의 법정진술과 범행을 시인한 옥·남피고인의 검찰진술은 임의성이 있는 것으로 증거능력을 갖지만 법정에선 50여명의 증인과 변호인측이 제출한 비디오 사진 등 증거물들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또 서울대 법의학교실이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나온 모발이 강양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폈으나 이것만으로 문제의 모발이 강양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배석판사인 황규훈판사는 피고인들의 알리바이주장과 운동회사진등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등 일관되게 원피고인등이 진범이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원피고인 등 3명에 대한 무죄선고는 재판부 3명 판사중 2명의 찬성에 따라 2대1로 결정됐으며 전원일치된 판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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