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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미­불 치열한 산업스파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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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미­불 치열한 산업스파이전

입력
199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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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93년 미에 들통… 이번엔 대반격/「TV쿼터」등 불편한관계시점 주목/미선 “근거없는 주장”… 물밑수습 주력 프랑스 정부가 미외교관등 5명에 대해 간첩혐의로 본국 소환을 요구한 사건은 냉전 종식후 양상을 달리하며 국가간에 전개되고 있는 치열한 스파이전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의 첨단산업정보를 빼내고 지키려는 「총성없는 전쟁」은 우방국이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대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정부는 22일 미대사관내의 CIA지부장과 부지부장, 외교관 신분의 위장요원 2명, 민간인 여성 1명등 5명을 스파이혐의로 본국에 소환토록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첩보기관인 국토보안국(DST)이 92년부터 추적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총리실 정보·통신부등 정부와 국영 프랑스텔레콤등의 고위공직자들을 매수, 국내정치동향은 물론 정보통신 우주 국방 항공 신소재 생명공학등 첨단산업분야에까지 광범위한 첩보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3년 양국이 끝까지 자존심 대결을 벌인 우루과이 라운드(UR) 시청각 부문 협상과 관련한 프랑스정책도 중점대상이었다고 프랑스측은 밝혔다.

 프랑스 보안기관은 매수된 프랑스 공직자를 역이용, 함정수사를 펴 완벽하고 충분한 증거를 포착했다. 파스콰내무장관은 지난 1월26일 파멜라 해리먼미대사를 불러 사진과 첩보메모등 물증을 제시하면서 첩보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이들을 바로 본국으로 소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이 소환조치를 취하지 않자 급기야 이같은 사실을 공표해버렸다. 우방국간 외교관 추방은 비공개리에 처리하는 게 관례다. 이와 관련, 불법도청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발라뒤르총리 정부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흘렸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르몽드지는 22일자 만평에 파스콰장관이 TV카메라기자들을 인솔해 미외교관의 도청현장을 보여주면서 『불법도청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모습을 풍자했다.

 양국간 첩보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3년 파리에어쇼 당시 보잉사등 미국항공업체들은 프랑스첩보기관이 최신기술정보를 빼내려 한다는 CIA의 경고에 따라 에어쇼 참가를 거부, 표면화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또 71년 미국이 달러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 달러를 내다팔아 미국을 곤경에 처하게 했었다고 프랑스의 한 첩보당국책임자가 주장하기도 했다.

 르몽드는 정보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이 냉전종식후 구소련을 무대로 했던 주요 첩보활동을 서방의 경쟁산업부문으로 옮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랑스에만 80명의 CIA요원이 활동중이며 이중 30명은 은밀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프랑스가 미국 시청각산업의 유럽시장 공세를 막기 위해 「TV쿼터법」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와 양국관계를 더욱 껄끄럽게 하고 있다.<파리=한기봉 특파원>

▷미국◁

 미국무부는 22일 프랑스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한 부인으로 이에 상응한 미국의 대프랑스 보복조치나 물밑 교섭으로 파문을 조기 수습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이크 매커리백악관대변인은 외교관 소환여부에 대해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후 최근 발라뒤르총리가 도청문제로 궁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해 이번 사건이 「프랑스 국내용」임을 은연중 시사했다.

 즉 털어 서로 먼지 날 게 많은 스파이전을 폭로해 우방인 양국간에 득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발라뒤르 총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대서양사이에서 통상 발생하는 일』이라고 논평하며 양정부간 우의는 불변이라고 강조한 사실이나 스파이에 대해서는 추방조치가 관례인데 이번 관련자들은 본국 소환으로 톤이 낮아졌다는 사실에서 양국 관계가 급작스레 냉각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워싱턴=정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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