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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출판대국면모 과시/95 도쿄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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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출판대국면모 과시/95 도쿄국제도서전

입력
199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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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위 출판대국면모 과시/전시장 절반이상 독차지… 뉴미디어부문도 선봬/한국 등 세계 30여개국 참가 「저작권따기」 경쟁 일본의 출판계는 연간 발행부수나 시장규모면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이같은 일본 출판문화의 저력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도쿄(동경) 근교 마쿠하리(막장) 일본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95 도쿄국제도서전시회(TIBF 95)」를 통해 유감없이 드러났다.

 9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도서전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일본등 출판대국과 프랑스 중국 스페인 헝가리 필리핀등 세계 30여개국 9백여개 출판사가 참가, 이른바 「장사가 된다」는 책의 저작권을 하나라도 더 많이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주최국인 일본은 전시장의 절반이상을 독차지하며 이번 전시회에서 출판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시장 곳곳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대강 건삼랑) 특집코너로 장식하고 전세계 동심을 사로잡았던 만화주인공들의 대형모형물을 과감하게 전시했다.

 오에 겐자부로로 대표되는 순수문학과 만화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만화물. 어쩌면 「물과 기름」과도 같은 이같은 부조화가 일본 출판문화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즉 「대중성과 전문성의 조화」라는 이율배반적인 명제가 일본 출판계를 이끌어가는 큰 흐름이고 「대중성」과 「전문성」을 각각 대표하는 출판사가 바로 고단샤(강담사)와 이와나미(암파)서점이다.

 매출액 1위를 뽐내는 최대 출판사 고단샤는 일본 출판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데 잡지류만 95년 현재 58종을 발간하고 있고 각종 만화책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등 대중성있는 출판분야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고단샤의 다카사키 다카시(고기 효)국제실 차장은 『전세계가 우리 무대다. 85년 발간된 「아키라」라는 만화책은 15개국어로 번역출간돼 몇 권이 팔렸는지 우리도 집계할 수 없다』고 자랑했다.

 고단샤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10평이 넘는 특별전시대를 마련하고 곧 발간될 「플라워」시리즈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앞으로 2년간 매주 1권씩 나오게 될 이 시리즈는 일본에 서식하고 있는 각종 꽃들의 생태적인 특징과 꽃에 얽힌 유래와 신화, 보기좋은 꽃꽂이법등을 소개한 실용서적이다. 『일본의 꽃관련 시장의 규모는 연간 1천억엔에 달한다. 이같은 대중적인 욕구를 반영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고단샤측의 전망이다.

 고단샤와는 정반대로 「전문성」을 강조하는 대표격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은 창립이후 줄곧 사회과학 위주의 학술서적만을 고집해와 「전후 일본 지성의 산실」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저자들이 학계를 주름잡고 지식인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독일의 「레크람문고」를 모방하여 1927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와나미문고」는 우리나라 문고판의 모델이 되었으며 영국의 「펠리컨북스」를 모방한 「이와나미 신서」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오에 겐자부로 관련서적만을 모은 특집코너를 가지고 나왔는데 최근 학술서적이 대중의 외면을 받아 크게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러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학술적 성과를 얻으면서 대중을 교화한다」는 기본정신은 앞으로도 영원히 지켜나갈 것이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영상매체의 위력으로 위축된 면이 있지만 전문서적도 나름대로 고정독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리타니 요시타카(입곡방효)섭외저작권 책임자의 말에서 또 다른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최근 세계 출판계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는 뉴미디어부문에 대한 일본출판계의 움직임도 보여주었다. 지난 80년 세계 최초로 CD 롬(전자도서)을 개발했던 산슈샤(삼수사)는 12개 국어로 호환이 가능한 사전과 독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온라인 도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특히 고단샤와 슈에이샤(집영사)등 대형출판사들은 자사 만화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 CD롬을 출품했다.<도쿄=박천호 기자>

◎“각국교류로 출판문화발전 모색”/영상매체 출현불구 「고정독자 영역」 확고/도쿄국제도서전 집행위원장 핫토리 도시유키(인터뷰)

 『일본이라는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중의 하나는 「책을 읽는 국민」이었다. 메이지(명치)유신이후 출판산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문맹자가 하나씩 줄어들었고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95 도쿄국제도서전의 핫토리 도시유키(복부 민신)집행위원장은 출판산업이야말로 일본 발전을 지탱해온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15년간 일본출판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일본최대출판사인 고단샤(강담사)의 명예회장으로 있는 일본 출판계의 거두다. 

 ―국제도서전시회 개최동기는.

 『세계적인 출판대국인 일본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 각국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출판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로 93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다』

 ―최근 전자도서의 출현, 독서인구의 급격한 감소등 세계적으로 출판계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데.

 『영상매체의 위력에 밀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CD 롬사업에 많은 출판사가 뛰어드는등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정독자는 언제나 있으며 출판사가 독자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 또 전자도서가 출현한다해도 편의성, 이동성, 수장성 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책 자체의 장점이 있으므로 그 나름의 영역을 지킬 것이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출판대국이다. 일본 출판계의 특징은.

 『전후 50년동안 일본출판계는 대중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서려고 노력했으며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책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기획―제조―유통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일본 출판의 특징이다. 예를들어 신간이 나왔을때 출판사―유통중간상―서점으로 풀려나가는 시간이 단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최단시일에 독자의 손에 들어가는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출판산업 유통의 특징을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일본엔 출판사가 정한 가격이하로는 책을 팔 수 없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재판제도)」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서점에 책을 미리 내주고 팔리는 만큼만 돈을 받는 「위탁판매제도」가 있다. 최근 각 상품마다 「가격파괴혁명」이 일어나 출판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진 재판제도가 지켜지고 있다』<도쿄=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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