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간 넓혔지만 작품질저하 역기능도/워드이용 집필PC통신통한 발표CD롬 전자북 등/글쓰기의 평등·개방화다양성의 모색 새지평/한담수준 졸작범람·문학외적 요소개입 우려도 문학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작품의 주제가 바뀌었고 문학도 예외없이 훌륭한 소비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근 몇 년간 우리의 문단과 출판계는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 중에서도 글쓰기의 물리적 환경이 달라진 것은 작가들이 몸으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컴퓨터를 「도구로 한」 창작에서 「통신을 이용한 작품발표」까지 이른바 「컴퓨터문학」이 번지고 있다. 이 새로운 문학을 보는 작가, 평론가들의 시각은 어떤 것일까.
문학평론가 정과리씨는 계간 「문학동네」봄호에 컴퓨터문학의 현황을 짚어보는 글을 발표했다. 정씨는 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문학활동을 일별하고, 통신을 이용한 글쓰기가 문학활동의 무한한 자유와 평등을 현실로 보여주면서도 통신망의 은밀한 규제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 원고작성, 컴퓨터가 제공하는 방대한 자료를 통한 혼성교차의 문학, 문자와 동영상을 결합한 하이퍼텍스트 문학, 전자북이나 통신의 형태로 유통되는 문학등 컴퓨터와 관련된 문학작업은 일정한 편차를 갖고 있다. 정씨는 「컴퓨터문학」을 『컴퓨터와 문학이 본래의 육체적·정신적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채 결합한 문학활동을 가리킨다』고 규정하면서 CD롬을 통한 전자북이나 통신망을 통한 다양한 문학활동을 그 구체적 모습으로 거론했다.
『통신망은 문학활동에 대한 종래의 합의를 근본적으로 넘어선다. 결정적인 차이는 문학공간에의 참여에 대한 완전한 자유이다. 문인과 비문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실질적으로 폐기된다. 기성문인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작품에 대한 온갖 비평을 직접 보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정씨는 개방성과 평등을 컴퓨터문학의 큰 특성으로 요약했다.
그러나 컴퓨터문학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정씨는 통신망 속의 문학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자문위원제」가 「문학관 주입」이라는 재래문단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통신작가들이 애호가의 수준에 맞춰 자기 문학의 질을 한담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통신에다 작품을 올리는 사람은 많지만, 기성작가의 글에 대한 논의를 제외한다면 사용자들이 감상적 수준을 넘어서서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도 했다. 문학의 무대가 광장이 되면서 작품이 문학 외적 기준에 의해 걸러지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상스런 말, 욕설등이 포함된 작품은 아무리 문학적 수준이 뛰어나다는 합의가 있을 때라도 게재될 수 없다. 정씨는 『통신망이 요구하는 공공질서가 개인선택의 문제이던 문학과 독서를 제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통신은 현재 기성·아마추어 작가들의 신작발표, 작품비평·토론, 출판된 작품들을 수록하는 문학도서관등 크게 3가지 형식으로 문학활동을 수용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컴퓨터문학에 바란다/한수산 작가/기름진 우리말의 토양으로/문학 공유화에 순기능 기대
가입자가 2백명도 안되던 87년부터 PC통신을 시작했던, 「석기시대」를 산 입장에서 보자면, PC통신의 보급속도에 우선 놀라게 된다. 거기에 생소하기까지 한 「컴퓨터문학」이라는 조어 아닌 조어까지 눈에 띄고 있으니!
하이텔이 본격적으로 「하이텔문학관」이라는 메뉴를 만들었을 때 최초로 연재소설을 썼던 나로서는, 연재에 앞서 몇 가지 PC통신이 활자매체와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신문 잡지와 마찬가지로, 수십만의 가입자에게 동시에 공급(?)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PC통신이란 「나」 혼자서 그 글과 만난다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책이나 신문을 펼쳐들 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수성이다. 그러므로 문체나 구성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하나는, 그날 「올려진 글」에 대해 바로 그 순간부터 독자들의 반응이 온다는 점이다. 독자와 담을 쌓고 …따위의 고전적 발상이 용납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특성만으로도 PC통신으로 다루어지는 「문학」(컴퓨터문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치도 못하고 순화되어야 한다고 믿으면서)은 이전에 있어 왔던 매체를 통한 「글」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또한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으므로 해서,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과 다만 즐거움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벽은, 빠르게 깨어져 나가리라고 본다. 우리는 이미 그 한 예로, 다만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수많은 PC통신 가입자를 매료시켰던 신정숙의 「비서일기」의 감동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수련을 거치지 않은 미숙한 문장,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를 위한 무책임한 구성, 지나친 구어체가 가지는 문장이 가져야 할 약속에 대한 파괴력같은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PC통신이 우리 말을 더 다듬고 기름지게 하는 순기능 쪽으로 작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해서 그것이 우리의 문학에, 작가의 발굴에서부터 작품의 참신성까지를 이룩해 낸다면 더 많은 독자들을 위한 문학의 「공유화」에 공헌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단 1만부도 안 나가는 우리의 월간 문학지가 해낼 수 없는 더 넓은 지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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