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적법”야 “불법관여” 대립/관련 법규정은 모호… 정설없어 『단체장선거 연기문제 검토는 과연 안기부의 통상업무인가』
전직안기부장의 인책경질까지 몰고온 안기부의 단체장선거연기관련 문서작성 파문의 핵심논제이다. 이를 둘러싸고 「원고」격인 야당과 「피고」격인 안기부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서있다.
우선 안기부는 단체장선거 연기문제에 관한 여론수집이 통상업무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안기부는 『지자제선거문제가 계속 거론될 경우 국론분열등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해 정확한 여론을 알아보려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안기부는 『대북정책을 포함한 국가중요정책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여론을 수집하는 일은 통상적인 자체분석업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야당은 문건작성이 『명백한 정치관여행위로 불법』이라고 보고있다. 『단체장선거연기를 위한 여론수집 및 여론화과정연구 등은 안기부의 고유업무로 볼 수 없으며 이는 여권의 지자제선거연기음모 구도에서 나온 정치관여행위』라는 논리다.
이들중 누가 옳은지를 가려보기 위해서는 먼저 안기부법과 정보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등 관련 법규정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안기부관련 법규정들은 대부분 「안전기획부」라는 기관의 명칭만큼이나 포괄적이고 모호해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예를들어 안기부법 3조는 ▲국외정보와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정보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등을 안기부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정보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 4조는 정보· 보안 기획업무의 범위를 ▲국가 기본정보정책의 수립 ▲국가정보의 중·장기 판단 ▲국가정보 목표 우선순위의 작성 ▲국가 보안방책의 수립 ▲정보및 보안업무의 기본지침수립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안기부법 9조는 안기부직원의 정치활동 관여를 금지하고 있으나 『과연 무엇이 정치활동인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처럼 업무범위가 문제되는 경우 「귀에걸면 귀고리, 코에걸면 코고리」식의 해석과 논란이 일기 마련이다. 사안이 법정으로 비화됐을 경우 법원이 판결을 통해 사안별로 직무행위해당여부를 판단해주는 수 밖에 없다. 법률적으로 안기부는 자신의 행위가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작성권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같다. 안기부의 통상업무활동이 베일에 가려져있는 탓에 이번과 같은 여론수집 및 여론화작업이 안기부의 일상적인 일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다만 단체장선거가 올해 최대의 정치행사이고 이를 연기하는 문제는 정치권의 최대쟁점으로서 가장 민감한 「정치현안」이라는 점등을 안기부가 의식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본인이 몰랐다해서 죄를 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떻든 단체장선거연기문건작성이 안기부의 통상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조계와 학계 정치권의 검증을 좀 더 거칠 필요가 있는 것 같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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