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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위세 너무 강했다”/20일 폐막 베를린 영화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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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위세 너무 강했다”/20일 폐막 베를린 영화제 결산

입력
199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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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모은 「태백산맥」 무관에 그쳐/홍콩 제외하면 아시아는 맥못춰/유럽은 황금곰상 차지 체면유지 20일 폐막된 4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홍콩영화의 도약과 함께 미국영화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하는 행사였다.

 프랑스영화가 최우수상인 황금곰상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홍콩의 영화가 전체 분위기를 주도했고, 아시아권의 추격에 맞서 유럽은 2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은 7편의 영화를, 홍콩은 3편을 각각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했다.

 베를린 시내 조 팔라스트극장에서 거행된 영화제 폐막식에서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의 「미끼」(L’APPAT)가 황금곰상을 차지함으로써 유럽은 체면유지를 한 셈이다.

 남녀주연상은 로버트 벤튼 감독(미국)의 「노바디스 풀」에서 관록있는 연기를 보인 폴 뉴먼과 안휘 감독(홍콩)의 「서머 스노」에서 열연한 조세핀 샤오가 각각 차지했다.

 또 은곰상인 심사위원특별상은 홍콩출신 미국감독인 웨인 왕의 「스모크」가 수상했다. 한국의 임권택 감독(태백산맥)이 수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우수감독상은 여배우 줄리 델피가 열연한 미국영화 「해뜨기 전」의 리처드 린클레이터 감독에게 돌아갔다.

 황금곰상을 수상한 「미끼」는 섬뜩할 정도로 냉정한 십대 3명에 의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로 이들이 아무 이유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사회심리적인 배경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홍콩영화는 전반적인 도약에도 불구하고 미국영화에 밀려 여우주연상(조세핀 샤오)과 시각디자인상(리 샤오홍감독의 「홍펜(홍분)」)을 수상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또한 레스비언의 심리를 흥미롭게 그린 캐나다의 파트리샤 로즈마감독의 「밤이 내릴 때」와 프랑스 누보 로망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알랭 로브그리예감독의 「듣기 싫은 소리」등이 실험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태백산맥」이 무관에 머무른데 대해 한 독일 일간지는 『좌익과 빨치산을 포함한 이데올로기문제, 성문제 등 여러 이야기를 한 작품에서 모두 다루려 한 점이 다소 무리였다』고 평했고, 한 평론가는 『큰 감동을 준 영화였지만 미국영화의 위세가 너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폐막식에서는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야유가 터져나와 심사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기도 했다.<베를린=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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