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카불위협 “파죽지세”/국토절반 접수 랍바니정권 압박/2만여 병력·탈취미그기 등 보유… 정체는 베일 아프가니스탄의 무장회교학생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간내전의 핵심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가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탈레반은 불과 6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십수년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정부군과 반군세력들을 마치 병정놀이하듯 잇따라 격파하고 이제는 정권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지난해 10월이후 아프간남부를 장악, 국토의 거의 절반을 손에 넣은 탈레반은 이달 들어 반군세력에 대한 무차별 공세를 펴면서 내전의 그림을 새로 그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14일 수도 카불 남쪽의 굴부딘 헤크마티야르 반군사령부를 점령한데 이어 16일에는 카불남쪽 15지점까지 진출, 카불주변에서 정부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수도입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기세라면 탈레반은 지난17년간 끌어온 내전종식은 물론 「내전이후」아프간의 최대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의 화려한 전과에 비해 탈레반의 정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누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지, 배후에는 어떤 세력이 있는지, 아니면 순수한 자생세력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미국 영국 심지어는 유엔의 지원을 받고있다는 추측이 난무할 뿐이다.
단지 분명한 것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범죄자(내전당사자)들을 모두 몰아내고 진정한 회교정권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78년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뒤이은 소련군의 개입으로 14년간에 걸친 외세와의 싸움에 휘말렸던 아프간에는 92년 회교정권이 들어섰지만 「성전」을 이끈 무자헤딘세력간의 권력투쟁으로 지금도 내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치고 피폐해진 민심 속을 탈레반이 급속히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탈레반은 외부지원을 받고있는 다른 세력들과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의 자생집단』이라고 단언한다.
탈레반의 병력은 모두 2만5천명으로 회교학생들로 구성된 핵심지도부 외에 퇴역장교 탈영게릴라 전무자헤딘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반군파벌들로부터 탈취한 2백대의 탱크및 10여대의 미그21기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레반이 기세를 올리는 반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해온 연정내의 무자헤딘 정파들은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야당지도자 헤크마티아르는 지난주 탈레반이 카불외곽으로 진격하자 진지를 버리고 도망쳐 수도동쪽의 작은 마을에 피신해 있다.
급기야 부르하누딘 랍바니대통령이 사임하고 권력을 이양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랍바니의 선택은 결국 『무자헤딘이 권력에서 손떼고 내전에 때묻지 않은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범아프간기구에 권력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의 평화안으로 좁혀지고 있다. 물론 가까운 시기에 평화가 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파간의 대립등으로 유엔평화안을 받아들이기엔 서로의 이해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스트리 유엔특사는 『가까운 미래에 평화가 올 것같지는 않지만 탈레반이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 할수록 평화협상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김상우 기자>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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