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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실명제와 법운용(박승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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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실명제와 법운용(박승서 칼럼)

입력
199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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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부동산실명제에 관한 연초의 발표는 다수 국민이 크게 공감했고 구체적인 입법작업을 통해 그 실천의지가 관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기소유 부동산은 자기소유라고 밝혀야 옳고 자기소유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아예 갖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이름을 감추어 이득을 탐하려는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 방임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의 부동산소유제도란 나라가 법으로 보장해준 권리다. 법이 갖지 못하게 하거나 소유에 제약이나 부담을 주게 한다면 이에 따라야 마땅하다.

 물론 실정법이란 항상 완벽할 수만은 없다. 개개 사안에 따라 미리 알지 못했던 불합리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만 시정되어야 함이 오늘의 제도이다. 그러므로 법을 어기는 행위는 법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이 명제를 놓고 우선 정부가 국회에 제안하기 위한 법안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것으로 들린다. 여기서 그 실명제의 실시시책이 바르고 건전하게 정착되게 하기 위해 몇가지 점이 깊이있게 고려되었으면 한다.

 먼저 우리는 경제정의의 실현을 갈망하면서 아울러 법적 안정과 법절차적 정의실현도 희구한다. 이 두 가지의 가치는 어느 것도 소홀히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연초에 정부는 부동산실명제를 7월1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높이 사야할 일이지만 그 시행이란 국민의 재산권의 보장, 계약의 자유등 사생활자치권의 원칙, 인간의 본성에 터잡은 국민의 행복추구와 직결되며 고전적인 권리의 상징인 부동산권리의 존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개혁을 뜻한다. 또한 명의신탁제도란 우리에게 근대시민법이 도입되면서 바로 유럽대륙법제의 영향아래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자리잡은 제도이고 더구나 일본이 이 땅을 강점하면서 우리의 전통관습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으로 부득이 많은 판례의 축적을 통해 오늘에 이른다.

 그러므로 이 입법에 있어서는 그 악용의 사례만에 집착할 일이 아니라 종래의 제도를 긍정적 측면에서도 내다보는 매우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입법부에 의해 다각적인 검토가 절실한 것이다. 부동산에 관련된 복잡한 법률관계를 예측하여 다른 관련법률의 정리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와 같이 입법부에 안겨진 과제를 놓고 정부가 그 시행일까지를 미리 공표한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언론보도대로라면 그 법안작성이 정부내의 소관부처를 제쳐놓고 재경원에 의해 주관된다 하니 이 입법에 재정경제적인 측면만이 중시되는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또 정부의 연초발표는 마치 그동안 부동산실명제가 없었으므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들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90년 8월 공포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가지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등기하지 않는 일, 허위내용의 등기, 명의신탁등기등을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것이 부동산투기나 탈세, 농지나 임야등의 취득제한을 모면할 목적인 경우에는 더욱 중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시행 이후의 위반행위는 그 법에 따라 다스리게 되어 있으므로 이 땅에 부동산실명제는 이미 4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법의 집행을 담당한 정부가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실명제실시에 있어서는 먼저 정부의 운용실적에 대한 반성이 앞서야 하고 그 법에 미비함이 있었다면 어떠한 형식으로든 보완하는 방법을 강구토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시책이 변경될 때마다 법을 크게 흔들어 놓으면 법은 안정성을 잃고 법의식의 혼란을 가져오게 하며 자칫하면 지켜지지 않는 법으로 전락되기 쉽다.

 원래 법은 그 시대에 걸맞는 보편적 정의실현수단이어야 하는 까닭에 그 시대에 사는 국민에게 쉽게 받아들여져야 법으로서의 효험이 생기게 된다. 입법예고된 정부안은 그 신법시행 이전의 일에 대해 현행법 시행이전의 일과 그 이후의 그것에 구별을 두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또 예외를 인정하여 종래의 일부 위법행위를 없던 일로 돌려버리고 새로운 법만에 의하게 한다면 현행법은 법이 아닌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한편 개인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충정에서 법이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다면 법에 의한 정의감이 흐려지게 된다. 시민적 권리와 현대사회적 권리의 조정통합을 위해 이 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짧은 안목의 특례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결국 부동산실명제란 부동산 거래상황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즉시 공개하게 하는 일일뿐이다. 이 입법에 법질서의 혼돈이 일게 되거나 법의 권위에 손상을 주거나 나아가 악덕배가 법의 그늘에서 보호를 받는 부정의가 용인되는 일이 생기지 아니하도록 힘써주기를 바랄뿐이다.<변호사·전대한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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