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서 사견을 당론처럼… 야에 빌미제공” 민자당의 반형식 의원이 18일밤 KBSTV의 심야토론에 나가 지자제선거 연기론을 공개주장한 것이 당내에 큰 파문을 낳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논란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 반의원은 처음부터 『정치개혁의 연장선에서 현행 행정구역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한차례(3년)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며 「씩씩하게」나갔다.
그 자리에서 반의원은 자신의 입장이 당론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론에 참여한 박상천 의원이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나 나머지 토론자가 학계와 경실련을 대표해 출연했다는 점에서 반의원의 말은 단순한 사견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방송을 지켜봤던 당관계자나 소속의원들은 『행정구역문제의 공론화를 선거연기 음모라고 몰아가는 야당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러자 급기야 이춘구 대표는 20일 당직자회의에서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며 이례적으로 반의원이 토론에 나가게 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나도 토론을 직접 봤지만 당대표로 토론에 나간 사람이 당론과 달리 선거연기론을 주장함으로써 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대표가 이처럼 화가난 또 하나의 이유는 반의원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공개토론에 나가는 사실을 사전에 당직자들이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통상 그런 자리의 출연교섭은 당대변인등 당직자들이 의뢰받아 적합한 인물을 내세웠고 설령 개인적으로 교섭이 오더라도 당지도부에 보고, 사전조율을 거쳤던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한채 요즘 주가가 올라간 손학규 의원 등 당내 「개편론자」들 사이에서 인선이 결정됐고 그 결과 선거연기론을 당론처럼 주장함으로써 민자당의 입장은 상당히 어렵게 됐다. 실제 반의원은 토론석상에서 다른 참석자들의 집중표적이 돼 궁지에 몰리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중간중간 「민주계 실세이시니까…」라는등의 야유성 공격을 받기도 했다.
결국 반의원파동은 『주요 토론회에 나가는 의원은 대변인실에서 종합선발하고 사전에 당과 협의하도록 숙지시키라』는 이대표의 경고로 일단락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파동은 소수에 의한 밀실 의사결정구조가 빚어낸 산물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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