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부인」소 기한규정 “문제있다”/아내불륜출산알고 제소 “1년 지났다” 각하/“출생아닌 인지후 1년이내로” 법개정 추진 「부인이 외간남자와 정을 통해 낳은 자식이라도 친자식으로 알고 출생신고를 했다면 태어난지 1년이 지난 뒤에는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다」
민법 847조1항 「친생부인의 소는 자식 또는 친권자인 어머니를 상대로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뒤늦게 친자식이 아니란 것을 알고도 어쩔 수 없는 「기막힌」 경우가 생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 친생부인 소송의 제척기간을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내」에서 「자식이 친생자가 아님을 안 날로부터 1년내」로 고치거나,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김모(31)씨는 90년2월 이모(26·여)씨와 결혼, 2년후인 92년2월 아들을 낳고 다음달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아들이 두살이 지나도록 자신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자 지난해 6월 아들의 혈액형 검사를 받았다. 자신은 B형이고 부인은 O형이므로 B형이나 O형이어야 할 아들의 혈액형은 A형이었다. 다른 남자의 아들이란 결론이었다.
부인을 추궁한 끝에 부인이 결혼 1년여만에 자동차학원 조교와 당구장 주인 등 2명과 간통했고, 아이는 조교의 자식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부인을 간통혐의로 고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부인과 이혼하고 지난해 8월 아이를 부인 호적으로 옮기기로 합의, 친생부인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정덕흥 부장판사)는 20일 『원고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92년 2월 아들의 출생사실을 명백히 안 뒤 2년 6개월만에 제소했으므로 소송을 각하한다』고 밝혔다.
민법이 친생부인 청구소송을 자식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내에 제기하도록 제한한 것은 자식과 부모간의 법적·혈연적 관계를 최대한 빨리 확정지어 신분관계를 안정시키고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다.
그러나 유아는 출생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얼굴형태 등 신체적 특징이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출생후 1년내에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법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이 조항은 특히 가족법의 기본이념인 「혈통진실주의」에 위배돼 대법원도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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