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논란 「침묵방관」 자세 탈피/“선거불변” 단언불구 「해석」 다양 이홍구 국무총리가 18일 행정구역개편문제를 「정치권의 결단사항」이라고 언급한 것은 원칙론적 입장인가, 아니면 모종의 배경과 복선이 깔린 발언인가. 민자당이 지자제선거전에 여야협상기구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직후 나온 이총리의 언급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내무부등 관계당국은 정치권의 논란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행정구역」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왔다. 때문에 내각의 최고위인사가 당정회의 석상에서 『지방선거가 가까워올수록 국민들은 문제가 많다고 인식하는 것같다』고 덧붙이며 묘한 뉘앙스를 남긴 것이 시기적으로 예사롭지만은 않다.
물론 이총리는 『정부차원에서 진행중인 작업은 전혀 없다』며 6월 선거일정은 불변이라고 잘라말했다. 또 총리실이나 민자당당직자들은 『행정구역개편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을 밝혀달라는 당의 요청에 「정치권이 결정할 문제」라고 원론을 답한 것일뿐 능동적인 입장표명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듣기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었으며 단지 개편여부는 결국 입법권의 문제라는 의미』(이승윤·강용식 의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자당이 강력한 「개편드라이브」를 계속하며 급기야 여야협상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의미든 정부측이 처음으로 개편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달리 말하면 당쪽의 주도를 침묵으로 지켜보기만 하던 정부가 개편의 필요성을 은연중 공감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여권의 행정구역 개편시나리오는 한단계 진전된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제 내부적으로 실무작업에 착수할 준비를 사실상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 대상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조정 ▲여천시군등의 추가적 도농통합추진, 2단계 검토대상인 ▲특별시 및 광역시 자치구의 준자치단체 환원, 그리고 장기적 과제인 시도―시군구―읍면동등 3단계 행정계층의 축소등을 어떤 시기에 어떤 절차를 밟아 추진하느냐가 그것이다.
하지만 개편론자들의 그림이 이처럼 방향을 잡아가자 그동안 지도부의 움직임을 여론에 한번 「던져보는」정도로 이해했던 당내 신중론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계중심의 초재선의원들이 앞장서 총대를 메며 선거연기론까지 공공연히 거론하자 『지방분권화에 의한 중앙권력의 기득권 탈피라는 지자제의 취지가 주민자치와 편익이라는 슬로건 아래 퇴색하고 있다』는 소리도 적지않다. 이들은 아직 여권핵심부의 정확한 의중을 읽지 못해 공개적인 의사표시를 삼가고 있으며 일단 당위성차원의 공론화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이 여권의 「저의」를 의심하며 여야협상자체를 거부하는 현실에서 공론화 및 여야대화추진이 어떤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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