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살고있는 혈육을 한번이라도 만나겠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미국에 이민을 갔던 어느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60대의 이 가장은 힘들게 영주권을 받아들고는 단신 미서부로 갔다. 그는 교포회사의 주차관리원으로 근무하면서, 수소문끝에 북에 있는 가족을 찾아냈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을 마침내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카들을 만났다.그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또다시 기다리며 살아가자」며 북의 가족과 헤어져야만 했고 미국에 돌아와 미련없이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이민생활 3년동안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혈육을 만났다는 기쁨은 무엇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서울에 그냥 있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무슨수로 북의 가족을 찾을 수 있었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다녀올 수 있었겠읍니까. 분단반세기 동안에 가족을 만난 실향민이 과연 몇명이나 됩니까」 그의 독백에는 마디마디에 한이 서려 있었다.
미국에 살고있는 이산가족중 3천여명이 북한을 방문, 고향을 찾거나 혈육을 만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요즈음들어 이산가족중 일부가 중국이나 미국을 통해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북한 당국이 해외동포들에게 한해 방북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교류없는 통일은 무의미하다. 통일은 민족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박에 없다. 광복50주년을 맞았으나 남과 북은 적대감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질감이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경환 교수(서울대·심리학)는 『교류를 통해서 기존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일, 상호간의 이질화한 것을 포기하는 일, 그리고 새로운 동질성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광복50주년은 주권을 되찾은 환희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분단반세기라는 슬픈 역사이기도 하다. 정부는 광복의 뜻을 「통일로 미래로」라고 정하고 각종 축하 및 기념행사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분단의 진정한 청산을 위해서는 「지난 50년동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내 남과 북이 진심으로 참회하는 일」도 필요하다.
통일이라는 역사적인 탑을 쌓는데는 정부의 몫이 있고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2백여민간통일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몫은 더 커질수 밖에 없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진 민간단체들이 인도적차원의 교류등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가능한 분야에서 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통일정책수립이나 북한에 대한 당국차원의 접근방식은 정부가 할일이지만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단체가 할 일도 많다.
북한 바로 알기운동, 분야별 나눔의 운동등은 민간단체가 추진할 수 있는 성격의 통일운동일 수 있다.
통일탑을 쌓는일에 우리모두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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