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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예술적승화 어려움실감”/제2회 안익태작곡상 가작 김기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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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예술적승화 어려움실감”/제2회 안익태작곡상 가작 김기범씨

입력
199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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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뭄·미 폭풍설 소재/“자연의 복원” 소망 표현한국일보사와 안익태 기념재단이 제정한 제2회 안익태작곡상 심사결과 경원대음대 작곡과 교수 김기범(31)씨가 가작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평, 심사경위와 수상자인터뷰를 싣는다.<편집자주>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음으로 표현하는 일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제2회 안익태작곡상 가작수상자 김기범(경원대 교수)씨는 진지하다. 『이번 수상이 작곡가로 살아가는 데 큰 자극과 힘이 될 것』이라는 그는 『건강한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곡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상작 「낯선 경험」은 지난해의 이상기후를 소재로 한 2악장의 관현악곡이다. 물질문명의 반대급부로 파생된 자연질서의 파괴를 제시하고 자연을 자연답게 복원하려는 소망을 담고 있다.

 1악장은 서울의 가뭄을, 2악장은 미국 맨해튼의 폭풍설을 표현했는데 고요와 역동의 반복, 가뭄과 폭풍의 대비등 구성상 형식미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쉬워하고 있다. 『완성했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다시 살펴보니 곡이 너무 공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상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평한다.

 그는 지난해에만 6번의 작품발표회를 열었을 만큼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87년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나온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92년부터 경원대음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85년 동아음악콩쿠르 서양음악 작곡부문과 93년 몰도바 문화부 주최 국제작곡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93년 KBS주최 제1회 창작작품 공모에서 대상을 받는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지금까지 소나타 협주곡 관현악곡등 17곡을 작곡했고 요즘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만들고 있다.<김철훈 기자>

◎심사경위/「낯선경험」 위원6명 전원찬성 본선진출

 제2회 안익태 작곡상의 심사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심사위원 6명은 1월9일 한국일보사 회의실에서 열린 1차 심사회의에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응모작품 9편중 본선진출작 4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검토한 후 본선진출의 가부를 「O」 「X」로 기록한 투표에서 과반수인 4개 이상의 「O」를 얻은 작품이 추려졌다. 대상없는 가작에 뽑힌 김기범 작 「낯선 경험」은 6개의 「O」를 얻어 좋은 성적이 예상됐다.

 1월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본심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각각 순위를 매겨 1등작을 뽑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본선에 오른 작품들이 나름대로 역량과 특성이 엿보이지만 안익태작곡상의 권위를 위해서 대상을 뽑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데 의견을 모아 대상없는 가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 ▲이성재(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심사위원장) ▲김정길(작곡가·서울대교수) ▲나인용(작곡가·연세대교수) ▲백병동(작곡가·서울대교수) ▲원경수(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이만방(작곡가·숙명여대교수)

◎심사평/뚜렷이 부각된 작품없어 아쉬움/수상작 대칭적 형식미 돋보여

 당선작을 내지 못한 제2회 안익태작곡상 심사결과는 유감스럽게 지난해에 비해 그 양이나 질에 있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에 걸쳐 심사를 했다. 예선에서는 9곡의 응모작중 신중을 기해 4곡을 추렸다. 본선에서 다시 충분히 심의하여 입상작을 얻으려고 했으나 해당 작품이 없는 것으로 심사위원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가작으로 뽑힌 「낯선 경험」과 「관현악을 위한 선율회상」,「오케스트라를 위한 상여」등의 작품등은 그런대로 관심을 끌었다. 「오케스트라…」는 독창자와 합창단을 동원한 성악적 표현수단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탈락요인이 됐고 「관현악을 위한…」은 짙은 서구적인 음악구도 속에서 작곡자의 토속적인 자아표현이 가작보다 비효율적으로 표출된 점이 아쉬웠다.

 가작으로 뽑힌 김기범작곡의 「낯선 경험」은 구성에 있어서 대조적인 소재를 설정하여 뚜렷한 형식감을 이룩하고 전곡을 통해 이 기본소재를 적절히 연관지어 전개시켜 음악적인 기복을 자아낸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관현악작품으로서의 현대적인 밀도에 있어서는 「관현악을 위한…」에 못미치는 점도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이번 응모작품 심사에 있어서는 뚜렷이 부각된 우수한 작품은 없었으나 나름대로의 역량과 특성이 엿보이는 작곡가들이 장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매우 고무적이고 또한 희망적이라 하겠다.

 하나의 관현악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적 요인을 고려할 때 우리 작곡계의 풍토로 보아―교직을 비롯한 여러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면서―쉽사리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한 바람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번 안익태작곡상 공모결과로 보아, 이번 응모자들을 포함한 역량있는 많은 작곡가들의 의욕적인 관심을 모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관현악곡 창작에 전념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지리라고 믿는 바이다. 명년에 있을 제3회 안익태작곡상 공모에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이성재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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