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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세기(광복 분단50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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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세기(광복 분단50년:22)

입력
199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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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감성 넘나들며/활자로 엮은 시대상/출판사 45개서 현재 1만여개로/굴곡의 삶속 숱한 베스트셀러 명멸… 금서 수난도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반영한다. 베스트셀러의 시대별 변화는 출판계의 성장사인 동시에 우리의 사회사다. 광복직후 종이도 없어 허덕이던 출판계는 50년동안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토해내며 성장해 왔다.

 광복직후 출판사수는 겨우 45개. 이제는 1만1백여개로 2백24배나 늘어났다. 해방공간의 혼란과 좌우대립을 겪으면서 출판계는 50년대 후반까지 간신히 전집류를 발간하는 수준에 올랐다. 48년 정음사에서 나온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윤동주를 시문학사에서 빛나는 별이 되게 했다. 또 54년에는 전쟁직후의 무질서한 성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정음사)이 화제를 모았다.

 4·19와 5·16으로 성취와 좌절을 함께 맛본 60년대에는 정신적 방황과 지적 갈증의 해결책으로 외국문학작품이 유행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전혜린(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문예출판사). 또 청마 유치환이 시조시인 이영도에게 20년간 보낸 편지를 엮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중앙출판공사)가 연애편지 교본이 되기도 했다.

 70년대는 물질만능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국내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주류를 이루었다. 73년에 선보인 최인호(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예문관)은 45만부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고 술집여성들이 소설의 주인공 「경아」라는 가명을 쓰는 엉뚱한 유행이 빚어졌다. 이어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민음사), 조해일(조해일)의 「겨울여자」(문학과 지성사) 등이 「호스티스문학」, 「호스티스영화」붐을 일으켰다. 또 성장의 뒤안길에 가린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 연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문학과 지성사)이 대학가에서 인기를 얻었다.

 「광주민중항쟁」으로 시작된 80년대에는 암울한 시대상을 고발하는 작품과 사회과학서적들이 줄을 이었으며 북한 원전들까지 선을 보였다. 운동권출신들의 출판계 진출로 이같은 현상이 확산되자 정부는 85년 3백6종에 금서조치와 창작과비평사, 실천문학사등 일부 출판사에 등록취소조치를 내렸다. 출판계는 86년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를 결성, 이에 대응했다.

 부정적인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70년대까지 자비출판에 머물렀던 시집들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시의 시대」를 열었다. 황석영(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현암사)이 80년대 벽두에 관심을 끌었으며 산업사회의 물질만능세태를 꼬집은 김홍신의 「인간시장」(행림출판사)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또 좌우대립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한길사·전10권)이 대하소설로는 드물게 2백만부나 팔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시집으로는 86년 도종환의 「접시꽃당신」(실천문학사)과 서정윤(서정윤)의 「홀로서기」(청하)가 각각 1백만부 이상 팔렸다.

 90년대는 어떤가. 구소련 해체이후 이데올로기가 퇴조하면서 출판계도 뚜렷한 경향없이 상업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척도가 되었다. 주독자층이 영상매체세대로 바뀌자 가벼운 읽을거리와 정보, 경제도서등 실용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창작과비평사)을 이어 역사소설류가 붐을 이루고 92년말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이후엔 「반갑다 논리야」(위기철·사계절)등의 논리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여행안내서 유홍준(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작과비평사)가 문화·레저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고 북핵과 한미관계를 한 과학자의 죽음을 소재로 그린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해냄)가 베스트셀러대열에 올랐다.

 1만개가 넘는 출판사들은 저마다 베스트셀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아직도 독창적 기획출판이 빈곤하고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상태에서 개방에 대비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박천호 기자>

◎을유문화사 정진숙 회장/현암사 조상원 회장/출판 50년 두 「80대현역」/양서내기 경쟁 친구이자 라이벌/한국문화 책임감에 「돈벌이」거리

 을유문화사 은석 정진숙(83)회장과 현암사 현암 조상원(82)회장은 50년간 외길을 함께 걸어온 현역 출판인이다. 매일 상오9시에 출근, 회사의 굵직한 업무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 주곤 하는 은석과 현암은 요즘도 자주 술잔을 나누는 친구사이로 서로 『영원한 현역인』, 『한국 출판역사의 대표』라고 치켜세운다. 현암은 개정법률을 워드프로세서로 정리하고 있다. 출판협회장을 13년간(1961∼1974) 맡았던 은석은 현재 「출판저널」 발행인이자 출판금고 이사장이다.

 을유문화사(창업 1945년12월1일)의 「큰사전」(전6권·1947∼1957)과 「한국사」(전7권·1959∼1965), 현암사의 37년째 스테디셀러 「법전」과 「현암신서」(현재 92권)는 자타가 인정하는 자랑거리. 이밖에 을유의 「세계문학전집」(전1백권) 「을유문고」, 현암사의 「장길산」 「한국의 명저」 등 『양서 아니면 활자화하지 않는다』는 신념의 결실들은 다양하다. 두 회사 모두 발행종수가 2천종을 넘는다.

 최근 독서풍토가 다양화·대중화하고 출판업이 기업경쟁의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두 출판사의 성가도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현역원로는 『출판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한국문화를 책임진다는 우쭐한 생각은 여전하다』며 돈벌이에 연연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돈벌이문제는 이들의 2세나 출판사 실무간부들의 고심거리이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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