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던 「12·12 증시부양조치」의 마지막 부산물인 투신사에 대한 한국은행 특별융자금(한은특융) 잔액 1조3천억원이 최근 모두 상환됐다. 89년 12·12조치가 발표된지 꼭 5년2개월만의 일이다. 증권당국관계자들은 『이제야 5년간의 악몽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올림픽이후 전국을 투전판으로 몰아넣으며 1천포인트벽을 돌파했던 주가가 89년말 8백대로 주저앉자 정부는 이른바 「12·12조치」란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주가하락 저지를 위해 투신사들에 은행돈을 빌려서라도 주식을 무제한 사들이라는게 골자였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는 증시에 아무리 바람을 불어넣은들 증시가 소생할리 없었다. 주가방어는 실패했고 대신 투신사만 막대한 빚더미위에 올라앉게 되었다. 92년8월 결국 정부는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투신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조9천억원의 한은특융을 지원했다.
한은특융금리는 연3%였다. 말이 특별금융이지 시중금리와는 무려 10%포인트가량 차이나는 「특혜금융」이었다. 투신사는 이 값싼 자금을 비싸게 굴려 그 차익으로 적자를 메웠지만 정부입장에선 국민의 돈인 한은자금을 헐값에 투신사에게 빌려줌으로써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증시라는 특정부문을 살리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가 조금씩 희생을 한 것이다.
신체(국민경제)가 허약해져 생긴 상처(증시)에 정밀진단이나 체질개선은 생략한채 이곳저곳에서 피를 빼내 자꾸 응답수혈(단기증시부양책)만 한들 근원적인 치료가 될리 없었다. 오히려 저항력만 떨어뜨리고 몸 전체에 두고두고 후유증만 남기고 말았다. 물론 12·12조치나 특융을 담당했던 이들은 『불합리했지만 정황상 불가피한 조치였다. 정책은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5년뒤, 10년뒤를 생각한다면 「선택」을 정황논리로만 풀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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