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회장 설화뒤이어 “전격” 발표/“남의일 아니다” 추이 예의주시/다가올 정치시즌 「외도」 사전차단 다목적 시각도 최종현 전경련회장의 「설화사건」이 최회장의 공식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데 대해 청와대등 관계당국의 노기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선경그룹에 대한 부당내부 거래조사방침을 「갑자기」 발표했다. 재계는 공정위의 이같은 발표를 오비이락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 「괘씸죄」를 저지른 최회장에 대한 행정적 압박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는 공정위발표를 「재벌길들이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그룹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에 예기치 않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선경그룹에 대한 전면세무 조사설이 나돈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지방선거 신당창당등 정치시즌을 맞아 혹시 있을지 모를 재벌그룹의 외도(정치자금제공 정치참여등)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정부당국이 최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재벌길들이기」에 착수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설화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파장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최회장이 정부의 경기정책과 재벌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난 14일하오1시30분. 최회장의 회견에 대해 청와대가 불쾌감을 나타내며 진상파악에 나선 것은 15일상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간파한 선경그룹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손길승 그룹기조실장은 15일하오 청와대를 방문, 한이헌 경제수석을 만나 해명했다. 파문을 진화시키는데는 손실장의 해명으로 부족했다. 위기감을 느낀 최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회장은 16일상오11시10분 과천청사를 전격방문, 홍재형 부총리에게 공식사과했다. 최회장은 또 이날 하오1시20분 긴급히 기자간담회까지 자청, 『정부에 대항하려는 것처럼 비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간담회자리에는 전례없이 손실장이 배석, 사태의 심각성을 읽게 했다. 간담회장의 최회장은 92년말 제2이동통신 반납때보다도 더 참담해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선경그룹에 대한 내부거래조사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전경련관계자는 『전경련회장이 정부정책을 비판한 「죄」로 부총리를 찾아가 공식사과한 것은 처음』이라며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전경련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도 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수행뒤로 연기해 버렸다.
최회장의 14일 발언은 정부당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에 대항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다. 「재계의 소신파」인 최회장은 과거에도 소신발언을 했다가 파문을 일으킨 적이 여러번 있다. 92년1월의 금리인하논쟁, 93년2월의 쌀시장개방불가피론등이 그 예다. 금리인하논쟁때는 당시 이용만 재무부장관과 정면대결, 재무부 관리들로부터 미움을 사기도 했다. 또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한창 진행중일 때 쌀개방 불가피론을 폈다가 농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공식사과한 바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최회장의 발언은 개인이나 자기그룹의 이익추구 차원이 아니고 재계대표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며 『선경에 대한 보복설이 사실이라면 정부정책비판에 대한 문민정부의 대응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백만·이성철 기자>이백만·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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