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부인 불구 모종 역할설 갈수록 증폭 민주당의 비주류 리더인 김상현 고문의 최근 행보에 당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기하 원내총무의 대통령면담이 김고문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면담은 신총무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김고문개입설은 갈수록 증폭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김고문과 신총무는 『청와대가 난처한 입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있다』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최근 김고문과 청와대사이의 일련의 「접근」에 비춰볼 때 이런 관측이 마냥 터무니없다고 보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의구심은 『대통령의 면담의도는 궁극적으로 이기택대표를 격하시키고 신총무의 계파보스인 김고문의 위상을 높여주기 위한것』이라고 단정하고있는 이대표진영에서 특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고문은 올들어 이미 김영삼 대통령과 두차례나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통령의 마틴 루터 킹 평화상 수상식에 김고문은 민주당인사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또 지난8일에는 방한중인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 일행과 함께 김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신총무도 합석했다.
지난해 7월 상무대비리 국정조사와 관련한 영수회담이후 줄곧 대화가 끊긴 김대통령과 이대표에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이어 김고문은 지난12일 TV대담프로에 출연, 묘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는 『김대통령과 내가 주도한 민추협이 없었다면 2·12총선의 신당돌풍과 87년 직선제개헌을 위한 6·10항쟁은 불가능했을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과 김대통령이 「한 뿌리」임을 은연중에 부각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대표는 당시 비민추계열이었다. 김고문은 또 『김종필씨는 대표자리를 빼앗기자 지역감정을 볼모로 또다시 지역당창당을 도모하고 있다』며 JP신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JP신당에 공세를 취할 때면 여당의 반사이익을 우려, 반드시 대여공세를 병행했던게 그동안 민주당의 태도였지만 이날 그의 발언에는 여권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를두고 이대표측에서는 『여권핵심부가 하고싶은 말을 대신 해준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김고문이 이같은 양측의 온난기류속에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적 수완으로 면담성사에 모종의 역할을 한것이 사실이라면 관심의 초점은 이런 김고문의 행보와 청와대측의 태도가 앞으로도 연속성을 가질것이냐에 모아진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김대통령의 대야 관계설정등 정국운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것임을 의미하는것이다. 또 이로 인한 야당내 세력구도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거취문제등과 관련해 정치권 전반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 정치권일각에서 청와대와 김고문의 접근이 지자제선거후 정계개편에 대비한 상호탐색과 여건조성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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