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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시장 돈가뭄 조짐/수요많은 한국 등 개도국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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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시장 돈가뭄 조짐/수요많은 한국 등 개도국 비상

입력
199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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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등 선진국들 경기회복 자체 투자수요 늘어/「최대 자금제공국」 일도 지진복구에 여력 소진 최근 수년간 세계는 돈의 초과공급 상태였다. 국제경기부진으로 자금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금리는 바닥권을 맴돌았고 갈곳 잃은 여유돈들은 투자처를 찾아 전세계를 헤매고 다녔다.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개도국들은 해외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 부족한 성장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자금수요는 급속히 늘어나는데 국제금융시장에 여유돈을 대오던 나라들은 이제 서서히 공급량을 줄여가고 있다. 돈의 초과수요, 즉 세계적인 자금부족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자금공급국인 선진국들이 돈을 내놓지 않으면 만성적 자금수요국인 개도국들은 성장에 큰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세계적 자금난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다. 자체투자수요가 왕성해지다 보니 선진국들로선 국제금융시장에 내놓을 돈의 여유가 빠듯해졌고 결국 개도국의 몫은 그만큼 줄게 되었다. 93년말만 해도 연 3.5%대를 넘지않던 국제금리가 지금은 연 6%대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모처럼 호황을 맞은 미국은 인플레요인 제거를 위해 작년 이후 무려 7차례나 공금리를 올렸고 민간은행금리는 1년새 두배나 뛰었다(현재 우대금리기준 연9%). 미국의 금리상승은 수익률을 따라다니는 여유돈의 발길을 국제시장에서 국내시장으로 옮기게 만들고 있다.

 뜻하지않은 천재(천재)도 세계적 자금경색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은 간사이(관서)대지진으로 13조엔의 피해를 입었다. 이 피해복구비를 충당하려면 일본은 「세계최대 자금제공국」의 역할을 당분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 하반기엔 재해복구비 조달을 위한 1조엔가량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어서 밖에 내놓을 여유자금은 사실상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대홍수에 따른 피해복구비수요도 국제자금시장의 안정에는 큰 악재다. 멕시코 금융위기로 인한 서방국가들의 대규모원조계획, 서방진영에 편입한 러시아·동유럽의 경제개발비용등도 개도국의 자금몫을 줄이는 요인이다.

 사실 최근 3∼4년간 선진국경제의 극심한 불황으로 투자수요가 부진해지자 많은 국제자금들이 위험을 무릅쓰며 개도국에 대거 흘러들어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투자대상인 선진국경제가 살아나면서 돈은 이제 위험지대(개도국)를 피하고 있다. 멕시코 금융위기를 낳은 달러화의 급격한 유출은 그 단적인 예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새해들어 3억달러이상 빠져나간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68억3천만달러(금융기관 35억8천만달러 기업 32억5천만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했다. 93년(42억8천만달러)에 비하면 60%나 늘어난 액수다. 민간투자수요의 계속된 증가에 중소기업 및 사회간접자본건설용 상업차관이 시작될 금년엔 더많은 돈을 해외에서 빌려와야 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하반기이후 조달계획엔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도 『아직 해외차입조건이 나빠졌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수급상황을 볼 때 전반적 차입여건은 안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세계경기는 2∼3년간 호황이 계속될 테고 일본지진 및 멕시코사태의 후유증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오일쇼크 이후 세계최대의 자금난』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고금리야 그렇다 해도 국제시장에서 빌려 쓸 수 있는 자금총량마저 줄어든다면 돈 쓸데가 산적한 우리 경제로선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여건에서 그나마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신용도를 높이는 길밖에 없는 셈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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