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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경쟁과 연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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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경쟁과 연대(사설)

입력
1995.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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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달라졌다. 국경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삶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화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삶의 계획을 미리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에는 「남」의 일로만 비쳐졌을 낯선 오지에서의 갈등과 반목이 이제는 민족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우리」의 문제일 수도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최상의 처신술은 생존의 두가지 지혜를 동시에 살리는 것이다.

 하나는 사막이나 정글 어디서고 살아남을 냉철하고 강한 철인을 경쟁력으로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민족과 친구가 되어 공통의 이익을 발굴하고 증진할 연대의식을 가꾸는 것이다.

 생존의 과제는 어느 하나의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차원적 문제다. 생존을 단순히 경쟁의 문제로 인식하여 정복의 무기와 의지만을 키운다면 이민족의 불신과 견제에 부딪쳐 오히려 생존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역사에는 생존문제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채 철인인양 행세하다 주변국가와의 소모전에 국력을 낭비하여 좌절하고 만 민족이 적지 않다.

 반면에 다른 국가의 선의를 확신하고 무장해제를 먼저 단행하는 것은 무정부상태의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생존의 길은 오직 경쟁의식과 연대의식을 동시에 함양할 때에만 열린다.

 그래서 한국의 「세계화」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지금 느슨해진 국가 경영의 나사를 다시 조이고 부족한 동력을 재충전하는 경쟁력 강화의 개혁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의 바탕색 위에 「연대」라는 제2의 색을 칠해가면서 세계화 전략을 더욱 더 구체화하고 생존의 두가지 지혜를 서로 보완시켜야 할 때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화는 국내 개혁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한국민은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준칙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국민이다. 우리만이 사는 이 땅에서조차 연대의 정신이 자라나지 않는 마당에 다른 피부색의 이방인과 마주치는 국제무대에서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귀는 신 한국인은 있을 수 없다.

 아울러 낯선 이민족과 대화의 주파수를 맞추면서 힘을 보태줄 친구를 사귀려면 사막에서는 사막식대로 정글에서는 정글식대로 행동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세계화 전략은 경쟁의 세계에 연대의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 경제의 논리에 문화적 공존의 정신을 가미시킬 때 비로소 제2의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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