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책에 수해겹쳐 지지 급락… 엔리케대통령 “수난” 취임초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대통령이 취임 달포만에 인기가 급락,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재무장관 재직시절 입안한 경제개혁정책인 「헤알 정책」의 성공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무난히 당선됐던 엔리케대통령은 취임 직후 96%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최근 36%로 추락했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실책이 겹쳐 있다.
우선 움베르토 루세나 상원의장에 대한 사면안을 무리하게 인준한 것. 카르도소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루세나의장을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사면시켰다. 그의 무리수는 새 정권의 도덕성문제를 불러 일으켜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또 그는 연방공무원법을 무시하면서 장녀를 공직에 기용하는등 정실에 치우치는 바람에 청렴한 대통령상에 흠집을 냈다. 그간 브라질 국민들이 갖고있던 전통적인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청렴하고 능력있는 카르도소마저 국민들에게 백안시당해 정치불신이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또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약80달러)을 40% 인상하는데 반대함으로써 근로층의 지지를 계속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인기의 부침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으나 카르도소대통령 이상으로 심기가 불편한 정치인을 꼽자면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시의 파울로 말루피 시장일 것이다.
말루피의 불운은 지난달 말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그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식당등 요식업소에서 금연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업주와 흡연자에게 각각 3백20헤알(32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시조례를 발표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당연히 찬반으로 갈렸다. 이같은 양론은 곧 수그러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요식업협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말루피를 괴롭혔다. 요식업협회는 『공권력에 의한 금연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상파울루 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상파울루법원은 요식업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연조치에 대한 효력정지 처분을 내려 말루피를 심히 난처하게 만들었다. 말루피는 아직 금연시 조례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나 이미 이 조례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말루피를 더욱 큰 곤경에 빠뜨린 것은 시조례 발표직후부터 시작된 폭우.
지난 1일부터 쏟아진 장대비는 상파울루시에서만 7명의 희생자와 수십채의 가옥붕괴, 도로침수등 많은 재산피해를 냈다. 그의 반대파는 이같은 자연재해를 악용, 말루피가 재해방지대책등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외면한 채 금연조치같은 지엽말단적인 일에 매달리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언론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상파울루 일대에 내린 비는 11일 현재 8년만에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인근 도시에도 숱한 인명및 재산 피해를 냈다. 그럼에도 유독 말루피만 재해방지대책 미비를 이유로 집중타를 당하는 것은 여론수렴 과정없이 너무 급작스럽게 일반 정서에 반하는 금연조치를 내렸기 때문인듯 하다.
브라질의 올 여름은 지난달 인플레가 잡히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경제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중요 정치인들에게 답답함과 무더움을 안겨주는 잔인한 계절이 되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 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