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위상강화 없다” 일단 느긋/측근들 “김심이 부를날 기다릴것” 지난 9일상오 최형우 의원이 오랜만에 민자당 중앙당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창당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이날 당사를 찾은 것은 지난 연말 내무장관에서 물러난후 처음이었다.
행사가 끝난뒤 그는 비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이춘구 대표방에 들러 환한 표정으로 『좋은 분이 오셨다』고 취임덕담을 나눴다. 이어 그는 기자들에게도 특유의 큰 제스처로 악수를 나누며 『잘좀 봐달라』고 익살을 부리면서 총총히 당사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의 요즘 심사가 이날의 밝은 표정처럼 속편하고 초연한지는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그는 본의아니게 김종필씨를 퇴진시키려는 여권핵심부의 천기를 사전누설해 대통령의 진노를 낳은 이후 야인처럼 백의종군해 왔다. 하지만 본인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해온 이대표가 당의 얼굴이 되고 한세대정도 후배라고 여겨온 김덕룡 의원이 사무총장에 중용된 파격적인 역학구도는 어떤 식이든 그의 향후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야할 것같다.
물론 본인은 『나는 진퇴가 분명한 사람』이라며 『어디에 있든 문민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겉으론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상대적이긴 하나 자신의 정치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김윤환 이한동 의원이 각각 정무1장관에 유임되고 국회부의장에 내정되는 정도에 그쳐 위상이 특별히 강화된 점이 없다는 것도 자신의 기회가 여전히 열려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듯 하다.
하지만 이대표―김총장으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심중이 뭔가 「그랜드 디자인」을 구상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과연 자신의 쓰임새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그의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지금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인데다 지자제선거 후에야 대통령의 복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판단, 뒷전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요즘 오히려 당정개편에서 소외된 민주계의 섭섭함을 다독거리는 좌장역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최근 구의동 자택을 찾는 내방객들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서교동에 개인사무실을 얻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출근한다. 이와 관련, 그의 한 측근은 『JP퇴진파동의 책임을 본인에게만 돌리는 여권분위기에 섭섭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당의 안정과 지자제선거의 승리를 위해선 민주계중진들이 방풍벽의 역할을 해야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라며 『민주계라면 「정권이 잘되는게 우리들이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게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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