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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 나치전리예술품 “햇빛”/러시아 에르미타지박물관 5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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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 나치전리예술품 “햇빛”/러시아 에르미타지박물관 5월 전시회

입력
1995.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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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고갱·고흐 등 인상파거장 명화 대량 선봬/푸슈킨관도 쾨니히컬렉션·트로이 유물 “공개” 구소련이 2차 세계대전중 나치독일에서 전리품으로 빼앗은 세계적 예술품들이 반세기만에 햇빛을 보게 된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지박물관이 5월30일부터 8월까지 독일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대가들의 걸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9일 밝힘으로써 구소련이 소장해온 전리예술품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에르미타지박물관은 드가의 「콩코드광장의 풍경」, 반 고흐의 「밤의 하얀집」, 고갱의 「타이티에서 온 두 자매」등 걸작 3점을 공개하고 50년동안 비밀 소장해온 드가 세잔 모네 피사로 르누아르 고흐 고갱의 작품들을 전시회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스크바의 푸슈킨미술관도 올 가을 쾨니히 컬렉션 전시에 이어 96년 봄 트로이 황금유물등을 일반공개할 계획이다.

일정부는 구소련으로 반출된 예술품이 약 20만점, 현시가로 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에르미타지박물관에 있는 인상파 작품을 비롯, 히틀러가 네덜란드 은행가였던 프란츠 쾨니히로부터 빼앗은 쾨니히 컬렉션 3백8점, 독일의 저명한 고고학자 슐레이만이 터키에서 발굴한 고대 트로이의 유물은 세계적 문화재로 평가된다. 구소련은 전승 기념으로 이 예술품들을 전국의 여러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구동독의 공산정권이 반환요구 움직임을 보이자 49년 스탈린의 개인비서 포스크레비셰프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전리 예술품을 감춰버렸다.

 비밀장소에 감춰진 예술품들의 행방은 간헐적으로 폭로됐다. 2차대전 당시 중위였던 모스크바 슈세브건축박물관의 빅토로 발딘관장은 74년 브레즈네프서기장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독일에서 가져온 미술품을 돌려줄 것을 청원했다가 거부당한 뒤 85년에 고르바초프서기장에게 3차례 편지를 보냈으나 답변이 없자 90년 소련TV에 출연,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빅토로 발딘이 독일에서 가져온 작품은 브레멘 쿤스트할레의 소장품들로 인상파 거장들의 걸작 3백64점이었으며 에르미타지박물관에 비밀보관돼 왔다.

 푸슈킨박물관에 소장된 트로이유물은 91년 모스크바대 예술사학자인 알렉세이 라스토르구예프가 파리에서 발행되는 러시아 망명자들을 위한 신문에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예술품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일반공개가 가능해지고 있지만 구소련과 원소유국간에는 반환문제가 제기됐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91년 발딘이 언급한 작품들을 독일에 돌려주려다 문화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네덜란드정부는 쾨니히 컬렉션이 히틀러가 빼앗아간 것이므로 당연히 자국에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 러시아와 반환협상을 시도했으나 중단된 상태이다. 트로이유물은 터키와 독일이 각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더욱 복잡하다. 국제사회에서 예술품 약탈국가로 비판받자 러시아도 2차대전 초기 나치독일이 러시아에서 가져간 예술품 반환을 요구하는 등 역공세를 펴고 있다. 러시아의회의 민족주의세력은 전리품이 러시아국가 소유이므로 절대 돌려줄 수 없다며 전리품들을 국유재산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입안하기도 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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