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영화제작 250편중 포르노물 50%/세계 TV·비디오 시장도 침투 대성공/“비용싸고 반응 빠르다” 영화사 적극적 일본에는 구로자와 아키라(흑택 명)감독도, 그의 명작으로 꼽히는 「라쇼몽(나생문)」 「7인의 사무라이」도 더 이상 없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드래곤볼 Z」 같은 만화영화, 성인용 포르노만 있을 뿐이다. 일본의 영화는 「기형아」가 된 지 오래다. 50∼60년대 화려했던 극영화는 할리우드에 의해 비틀거리고 있는 반면 만화영화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1백를 멀다 하고 줄지어 자리잡은 AV(ADULT VIDEO·성인비디오)가게, 한때의 영광을 반추하는 역할밖에 못하는 교토(경도)의 「도에이(동영)영화촌」이 일본영화의 현주소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도에이영화촌 앞에 크게 나붙은 영화1백년 기념행사 포스터에도 생기가 없다.
한해에 상영되는 일본영화는 2백50편내외(93년에는 2백38편). 60년대 5백여편에 비하면 절반수준이다. 그나마 그 중의 또 절반은 예술영화가 아닌 AV용의 포르노물이고 보면 실제 제작영화는 1백20여편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영화는 5백편 가까이(93년에 4백72편) 상영된다. 7백억엔이 넘어선 영화배급수입 역시 6.5대 3.5로 외국영화가 압도적이며 해가 거듭될수록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70년까지 일본영화제작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도에이(동영) 도호(동보) 쇼치쿠(송죽)같은 대형영화사들도 이젠 1년에 50편내외(94년 52편)만을 제작·배급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일본 극영화는 자체제작보다 TV드라마를 리바이벌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93년 히트작인 하이틴 영화 「고교 교사」는 TBS TV가 38%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압축시킨 것이고 올초에 선보인 「집에서 우는 아이」도 니혼(일본)TV 최고 인기 드라마를 영화용으로 줄인 것이다.
이런 일본영화사들이 만화영화제작에는 적극적이어서 매년 20편정도를 제작하고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는 『영화예술은 없고 영화산업만 있다』는 빈정거림도 있다.
일본은 만화영화 천국이다. 지난해 일본영화 수익10위중 6편이 만화영화다. 1위도 7월에 상영된 도호의 「헤이세이 너구리들의 전쟁」(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었다. 수익액은 26억엔. 월트디즈니의 역작인 「라이온 킹」(18억엔)을 눌렀다.
지난해말 개봉된 도에이의 「아름다운 소녀전사 세라몽S」도 전편인 「세라몽R」의 인기(지난해 6위)에 힘입어 연초까지 일본국내 극장가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TV쪽에서 일본만화의 위력은 훨씬 대단하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1년에 한편정도 만들어 내는 미국 만화영화와 경쟁해서는 세계 영화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 일본만화는 세계 TV및 비디오시장으로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3조원에 달하는 세계 가정용 만화시장에서 70%가 일본만화이다. 때문에 일본은 먼저 TV용 만화를 최우선시 한다. 전세계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래곤 볼」도 후지 TV에서 8년째 방송중이다.
만화영화의 성공은 엄청난 부수적 수익을 보장한다. 「세라몽R」의 경우 1천50종, 「드래곤 볼」은 8백50종의 마스코트 판매와 장난감 제작으로 이어졌다. 일본만화영화의 성공요인은 「소년 점프」라는 만화주간지가 6백50만부나 팔릴 정도로 보편화한 만화문화및 재미있는 내용과 정교한 애니메이션에 있다.
「슬램덩크」 「드래곤볼Z」등을 제작한 도에이 영화사의 후쿠나가 쿠니아키(복영방소)선전부장은 『만화영화는 불가능이 없다. 세계 어느 곳, 어떤 상상의 세계도 사무실에서 손으로 그려낼 수 있다. 로케가 필요없는 싼 제작비에 감동도 빠르다』며 시장성 약한 극영화보다는 만화쪽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영화제작사들의 이런 생각이 극영화를 헤어날 수 없는 침체의 수렁으로 몰고 갔는지도 모른다.<도쿄·교토=이대현 기자>도쿄·교토=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