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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통산의 미열병 「왕진」/이종재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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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통산의 미열병 「왕진」/이종재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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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통상산업부 미주통상관계자들의 퇴근시간은 밤 12시이후다. 박재윤 장관의 미국방문일정이 확정된 1월중순부터 달포이상 의전적 준비만을 해 온 미주통상팀은 지난 6일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신임 통상담당장관으로 미국 통상관계자들을 만나 인사나 나누려던 박장관의 미국방문이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현안해결의 성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현지언론과 행정부 고위관계자, 의회보고서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에 대한 통상정책을 강경하게 펼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나섰다. 미국의 변화는 특별한 현안을 지목하지 않은채 「한국은 통상분야에서 가장 골치아픈 나라중 하나」라는 뜻의 말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실 한미 양국간에는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뜨겁게 대립해야 할 현안이 많지 않다. 자동차시장 개방문제나 육류의 유통기한문제, 지적재산권보호 문제등이 현안이지만 지금까지의 협상과 약속한 추가보완조치 등으로 상당부분 양국간 양해가 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니 이번 미국방문팀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는 것이다. 현안에 대한 추가협상과 함께 미국의 강성 대한통상기류의 배경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등에 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오랜기간 통상협상을 벌여 온 정부의 통상당국자들은 한미통상관계를 푸는 해법으로 완벽한 논리와 끈질긴 협상, 신뢰구축등을 꼽는다. 특히 고위관계자간 신뢰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관계를 원만히 풀어간 장관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인 핫라인까지 갖췄었다. 통산부장관으로서 첫나들이에 나선 박장관이 복잡한 한미간의 통상방정식을 어떻게 풀고 돌아 올지,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한미관계를 조율해 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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