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개선 희망·김정일에 안부전해” 보도/별도로 만난듯… “남북대화 역설” 미측 전언 북한이 7일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장재철 북한종교인협의회 회장일행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면담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면담내용과 형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중앙방송의 이날 보도는 면담장소등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지만 그동안 무성하게 나돌던 양측 회동설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양측 면담에서 오간 대화내용등에 관해서는 북한의 보도내용과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장회장 일행에게 의례적인 인사를 건넨뒤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이에 장회장은 『우리에게는 조·미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앙방송은 『클린턴이 북·미 합의 서이행과정을 통해 양국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했다』며 클린턴이 김정일에게 안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이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는 대목은 빠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클린턴과 장회장 일행과의 회동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장회장일행을 수행했던 한 미국측 관계자는 3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상당히 깊은 이야기가 오고갔다』고 말했다. 장회장이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 외교위소속 의원이라는 사실을 보더라도 그와 클린턴과의 면담에는 정치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클린턴과 장회장일행은 지난 2일 상오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의회주최 국가조찬기도회를 전후해 이 호텔에서 별도로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도회에 참석했던 한국측 관계자에 의하면 기도회 현장에서는 이들이 만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 회동에 고어부통령과 해밀턴 하원외교위원장, 빌리 그레이엄목사가 배석했다고 중앙방송이 밝힌 점으로 미루어 이날 모임은 상당한 격식을 갖췄던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 일행의 워싱턴방문은 그레이엄 목사의 총지휘아래 미정부가 적극 후원을 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는 북측의 방문일정이 종교행사보다는 정치행사로 채워져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북측 일행은 워싱턴에서 샘 넌 전상원군사위원장, 오린 해치 상원의원등 의회지도자들과 면담했다.
북측 일행은 조찬기도회가 있던 2일 하오 그레이엄목사의 만찬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북·미회담에 관여하는 미행정부 관계자도 「개인자격으로」참석해 북측 일행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미국측 인사들이 이 자리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거듭해서 설명하자 북한측 인사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북측의 워싱턴 방문활동중 하이라이트는 지난 3일 아침 백악관 방문이었다.장회장과 김정수 유엔대표부 부대사등이 카네기센터에서 조찬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는 사이 북측 인사 4명이 일행에서 빠져 나와 백악관을 방문한 것이다. 북측 인사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이들의 백악관 방문은 관광목적이었다』는 미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의 해빙무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북한이 뒤늦게 양측의 회동사실을 보도한 것은 최근 고조되는 남북대화 재개압력에 맞서 북·미우호를 재차 강조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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