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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폭행당해 버려져 숨진 40대시인/유족들이나서 보름만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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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폭행당해 버려져 숨진 40대시인/유족들이나서 보름만에 찾아

입력
1995.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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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들,의식잃자 소지품 없애고 유기/경찰,외상불구 단순변사 처리/뒤늦게 범인검거 2명은 놓쳐 경찰이 술집에서 폭행당한뒤 버려져 숨진 사람을 단순변사로 처리, 유족들이 보름만에 병원 영안실에서 시신을 찾아내 은폐될 뻔한 사건이 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유족들의 행방불명신고와 수사 진정을 받고서도 공조가 안돼 유족들이 시체를 발견한 뒤에야 수사에 나서 범인 3명중 2명을 놓쳤다.

 숨진 사람은 시인 박종권(42)씨로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민중시인이다.

 박씨는 지난달 20일 새벽 2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술집 「쎄시」에서 친구인 승려 김모(42)씨와 술을 마신 뒤 종업원들과 술값 때문에 다투다 집단폭행당했다.

 경찰에 의하면 술집주인의 후배인 박용선(25·무직·광주시)씨와 최병철(25)씨등 종업원 2명은 박씨와 김씨를 마구 때려 의식을 잃은 두사람을 함께 승용차에 싣고가다 3가량 떨어진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옆 반포쇼핑센터 지하주차장에 박씨를 버려 숨지게 했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박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등 소지품을 모두 없애는 한편 승려 김씨는 강남구 역삼동 골목길에 내려놓고 달아났다. 김씨는 약2시간 뒤 깨어났으나 박씨가 숨진 사실을 모르고 승려신분에 말썽이 날 것을 우려, 그대로 전남 순천 모사찰로 내려갔다.

 박씨의 시체는 3시간 뒤 행인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은 서초경찰서는 신원을 확인할 소지품이 전혀 없자 「신원미상」으로 처리, 시체를 중앙대용산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

 경찰은 이어 21일 부검을 실시했으나 여러 곳에 타박상이 있는데도 동사한 것으로 판단, 지문감식과 함께 신원수배를 경찰청에 의뢰하는데 그쳤다.

 가족들은 지난달 26일까지 박씨의 귀가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승려 김씨에게서 연락을 받고 이날 밤 쎄시 술집을 찾아가 사건 당일 박씨의 행방을 캐 물었다. 그러나 술집 종업원들은 『모르겠다』고 발뺌, 박씨 가족들은 할 수 없이 27일 전화로 서울 경찰청 행방불명자 수배센터에 신고했다.

 가족들은 그후 경찰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2일 쎄시 술집의 관할서인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폭력사건이니 피해자를 데려와야 한다』며 가족들을 돌려 보냈다.

 박씨의 부인 박인순(42)씨와 동생 호민(36)씨등은 박씨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끝에 박씨와 친분이 있는 배모(42)목사를 통해 서울지검 강력부 노모검사에게 변사자 수배를 부탁했다. 가족들은 결국 4일 하오 노검사에게서 『중앙대 용산병원에 인상착의가 비슷한 변시체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 시신을 확인했다.

 경찰은 4일 밤 박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술집 쎄시의 종업원들을 추궁한 끝에 범인중 박룡선씨를 검거, 유기치사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공범 최병철씨등 2명은 이미 달아나 붙잡지 못했다.

 숨진 박씨는 전남 고흥출신으로 성균관대 유학과를 나와 89년 시 전문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등단,「단가」, 「아! 천안문」등 수십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또 판소리 고수 인간문화재 김명환(김명환)씨를 사사, 고수 및 판소리 연구가로 활동하며 판소리 관련 평론 여러편을 발표했다. 유족은 부인과 2남1녀. 장례는 가족장으로 7일 상오 10시 중앙대 용산병원에서 발인한다. 장지는 덕소 무궁화공원묘지 연락처 790―7299<조철환·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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