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웨스턴·정치스릴러 등 제작… 주테마는 폭력·잔인·혼란 날강도 버트 랭커스터가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끝에 가서 게리 쿠퍼의 총에 맞아 죽을 때까지 시종일관 가지런히 잘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씩 웃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베라 크루스」(VERA CRUZ·54년·UA)는 비평가보다는 일반인이 더 좋아할 통이 큰 오락영화다.
50년대 절정에 이른 다이내믹한 작품 성격의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ROBERT ALDRICH·1918∼1983년)의 특성이 잘 반영된 서부영화로 작품 규모와 연기, 액션등이 모두 다소 과장됐다는데 매력이 있다. 그 중에서도 불한당의 으스대는 모습을 신바람나게 과대표현한 랭커스터(제작겸 주연)의 연기가 일품이다.
액션감독 알드리치가 전편에 폭력과 액션을 흥건히 쏟아 부은 이 영화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멕시코 혁명의 와중에 뛰어든 두 미국인 총잡이 벤자민(게리 쿠퍼)과 조(버트 랭커스터)의 모험담.
황금을 둘러싼 사나이들의 탐욕과 음모, 의리와 배신 그리고 요부의 유혹과 속임수가 폭죽 터지듯 요란한 액션과 한데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멕시코에서 현지 촬영한 「베라 크루스」는 20세기 폭스사의 특허품인 시네마스코프에 대항해 고안된 슈퍼스코프 방식으로 촬영된 영화 중 하나다. 제작비 1백70만달러를 들여 총 1천1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빅 히트를 했다.
버지니아대서 법과 경제를 공부한 알드리치는 41년 RKO사에 들어가 감독까지 차근차근 올라간 노력파이다. 여기서 찰리 채플린, 에드워드 드미트릭, 장 르누아르, 루이스 마일스톤, 윌리엄 웰만같은 명장들 밑에서 연출 보조노릇을 하면서 감독수업을 했다.
제작자이기도 한 그가 확신있게 장르를 포착하면서 진취적인 민감성을 전면에 노출시킨 첫 영화는 그의 세번째 작품으로 역시 랭커스터가 나온 서부영화 「아파치」(54년)였다. 이듬해 나온 컬트 필름느와르 「죽도록 키스해 줘요」는 알드리치가 긴장감에 찬 액션과 남성 폭력의 냉소적 조달자라는 자기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짐승이 갈기를 곤두세운 듯한 분위기의 스릴있는 이 영화는 이후 그의 여러 작품에서 계속 묘사되는 과열된 영상미와 극단적 인물이 뚜렷이 나타난 영화이다.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댄 알드리치는 장르의 끊임없는 개혁자요 반장르파였다. 불안한 주인공들을 폭력과 무질서의 어두운 소용돌이 속에 밀어넣는가 하면(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허쉬…허쉬, 귀여운 샤를롯) 특별하고 막중한 압력에 시달리는 남자들의 무리(공격!, 더티 더즌)에 관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졸작인 성경영화 「소돔과 고모라」같은 것도 있다.
베니스 은사자상을 받은 「큰 칼」은 할리우드 체제를 비웃은 고발성 영화이며, 둘 다 랭커스터가 주연한 「얼자나의 습격」과 「여명의 마지막 미광(미광)」은 각기 반웨스턴과 정치스릴러였다.
일체의 감상을 배제한 대신 건전한 유머를 간직한 알드리치의 작품성격은 「모순」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주인공들은 칼날같은 히스테리에 매달려 있어 어수선했다.
알드리치는 사악한 아이러니와 근육질형의 연기, 생생하고 정밀한 화면구성을 이용해 폭력과 잔인과 혼란을 강조했던 감독이었다. 그의 작품을 생각할 때면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이런 탓이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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