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면서도 버젓이 자행되어온 임산부의 태아성별검사가 의사자신들에의해 자제되리란 소식이다. 이는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인구의 남녀성비 불균형 해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관심을 갖게한다. 대한의학협회는 최근 의료개혁의 차원으로 일부 산부인과의사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태아성별검사를 자제키로 하는 한편 동료의사들간에도 불법검사사실이 적발되었을 경우 경찰등에 고발키로 했다는 것이다.
태아성별검사는 엄연히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되어 범법자에게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의료법 제19조2항). 그러나 지난 88년 이에 관련된 구속자가 한해 20여명에 이르렀을 뿐 그 이후로는 단 1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우리 스스로 어리둥절해 지지않을 수 없다.
인간생명 탄생의 존엄성손상은 물론이고 성비왜곡이라는 엄청난 사회문제마저 야기시키는 불법이 단속부재속에 거리낌없이 시행되어 왔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남녀성비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음은 지난 연말의 정부발표를 통해서도 주지된바 있다. 특히 금년을 고비로 결혼적령기 젊은이의 구성비율이 역전 되면서 남성의 숫자가 계속 늘어 4년후인 99년에는 남자 6명중 1명이 짝(여성)을 찾지 못할 것이란 경고성 예측이었다. 모두가 그 동안 뿌리깊이 지속되어온 남아선호사상 때문임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를 개선하는데 외면해온 것과 다름이 없다.
최근의 또다른 한 조사에서도 우리 여성들이 첫아들을 보게된 것이 세번째, 또는 네번째임신때가 가장 많음이 밝혀져 아들을 얻기까지 빈번한 여아낙태가 행해졌음이 간접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의협자체추정으로도 요즘 1년이면 최소 3만여건 정도의 여아낙태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근년들어 정부의 느슨해진 가족계획사업탓인지 여성들의 출산횟수(합계출산력)가 약간 증가했다는 발표도 결코 남아선호사상과 무관하지 않다하겠다.
이웃 중국에서는 지난 70년대초부터 1가정1자녀운동이 시작된후 초과출산에 대한 제재가 두려워 출생신고를 기피한 나머지 지금은 모두 5천만명이상의 유령인구가 조성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낳은 비극이다.
우리의 태아성별검사나 여아낙태가 법의 차원을 떠나서도 반인륜적이고 반도덕적인 행위임은 분명하다. 의사들 스스로 마련한 이번의 태아성별검사추방계획이 더욱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시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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