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의 엄격한 복장규율/“경영 새바람” 상징 전격해제 세계최대의 컴퓨터메이커 IBM이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벗어 던졌다. IBM은 3일부터 모든 임직원에 대해 캐주얼차림의 근무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IBM은 원래 복장에 관한한 사관학교를 뺨치는 엄한 규율로 유명했다. 빳빳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 짙은색 양복과 예외없는 넥타이 정장차림은 창업이래 어떤 명문규정보다도 엄격하게 지켜진 불문율이었다. 이는 전설적인 창업자 톰 와츤의 기업철학과도 상통하는 「IBM문화」의 한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연말 친지들로부터 10여벌의 와이셔츠를 선물로 받았던 IBM의 한 직원은 이날 자유복장 허용발표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장탄식을 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전했다. 관련기사 첫 대목은 『톰 와츤이 무덤에서 일어날 일』이라는 것이었다.
IBM의 이번 결정은 「구체제와의 마지막 단절」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지적된다. 후발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위기의식을 느낀 IBM은 경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2년전 루이스 거스너 현회장을 창사이래 최초의 외부영입 최고경영자로 기용하면서 기존 전통에 파격을 시도해 왔는데 이번 복장자유화는 그 완결편이라는 것이다.
뉴욕 월스트리트내 일부 금융회사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주말인 금요일에 한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내 컴퓨터업체들은 수년전부터 자유복장제도를 도입·시행중이나 IBM의 이번 조치는 세계굴지의 대기업이 철칙같던 오랜 전통을 깨고 평일에도 캐주얼차림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IBM은 다만 이번 조치에서 청바지는 금하고 양말은 반드시 신도록 하는등 나름대로의 한계선을 설정했다. IBM은 한편 뉴욕 아르몽크의 현 본사건물이 첨단정보산업의 기지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나는 새 사옥을 짓기로 결정했다. 창의력이 생명인 컴퓨터업계의 치열한 생존노력을 IBM은 새삼 상기시키고 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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