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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일제치하 부끄러운 과거」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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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일제치하 부끄러운 과거」 자성

입력
199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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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사목」지 통해 “독립운동 소극적” 첫 공식 반성/식민지배 묵인·신사참배 허용 등/“뉘우침 위에서 민족 일치위한 교회로 거듭나기” 한국천주교가 광복5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의 천주교에 대한 재평가에 나섰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장 이문희·이문희)는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월간 「사목」 2월호에 광복50주년 특집 「일제치하의 한국천주교회」를 게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등에 소극적이었던 교회의 과거를 깊이 반성했다. 교회차원에서는 처음이다.

 주교회의는 교구중심제인 천주교 운영체제에서 교리 통일 전례등 전 교회차원의 사안을 심의·결정하는 주교들의 협의기구. 그래서 이 특집은 부끄러운 교회사에 대한 한국천주교의 공식적인 첫 반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교회의 사무차장겸 「사목」주간인 송열섭 신부는 『광복 반세기를 계기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과제인 민족일치와 통일을 향해 교회가 한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과거사를 조명했다』고 말했다.

 수록논문 4개는 안중근 의사를 천주교신자로 재평가한 김수환 추기경의 93년 강론, 문규현 신부의 「민족과 함께 쓰는 한국천주교회사 1」(94년·빛두레간), 정의구현사제단과 사학계의 독립운동사연구등 교회사에 대한 개별적이고 간헐적인 작업성과를 수렴하고 있다.

 이들 논문에서 김진소(호남교회사연구소장)신부는 한국천주교회가 정교분리 원칙을 선교정책으로 채택, 식민지배정치를 묵인하고 교회구성원들에게 독립운동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단죄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신부는 그런 현상의 배경으로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의 교회우선주의와 민족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 자세등을 꼽았다.

 신치구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장은 3·1운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8대 조선교구장 뮈텔(1854∼1933)주교의 1919년 보고서와 신사참배를 허용한 1932년판 「천주교 요리」등을 독립운동에 대한 교회의 부정적 자세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천주교회는 3·1운동에 참여한 신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치로 서품식마저 연기했었다. 신학교를 휴교 조치한 1919년에는 신자 증가수가 단 12명에 그쳐 선교목적만을 달성하려 한 선교사들의 이기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발상이 오히려 조선민족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신소장은 『초대교회 신자들은 교회를 지키려고 제사까지 포기하고 순교의 길을 걸었는데, 일제강점기 천주교는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아래 침략자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모순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조광 교수는 『조선 천주교도는 주로 만주와 간도지방에서 개신교와 협동, 무력항쟁에 나섬으로써 고국 교회의 몰역사적 태도와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며 『이들의 항쟁은 귀중한 교회사의 일부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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