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커튼」 「암호명 토파즈」등/특유의 「섬뜩한 매력」 물씬/국내 첫 소개 작품도 다시 보기 힘든 고전명작들을 볼 수 있는 비디오의 매력을 즐기게 해주는 작품 4편이 차례로 나오고 있다. 「찢겨진 커튼」 「암호명 토파즈」 「프렌지」 「현기증」이다. 제목만 보고도 단번에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년)감독을 기억할 수 있다.
CIC가 지난해 연말부터 한달에 한두편씩 내놓기 시작한 「히치콕 걸작선」으로 두 편은 60년대 국내 개봉됐지만 「암호명 포파즈」와 「프렌지」는 국내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모두 히치콕의 섬뜩한 매력이 살아있다.
「찢겨진 커튼」과 「암호명 토파즈」는 찬사와 혹평이 엇갈렸던 첩보물이다. 영국외교관의 소련망명사건에 아이디어를 얻어 66년에 제작한 「찢겨진 커튼」은 동독으로 위장망명한 미국물리학자 마이클(폴 뉴먼)이 그곳 과학자로부터 미사일제조기법을 알아낸 뒤 탈출하는 과정을 두 사람의 시점을 연결해 긴장된 분위기로 그렸다.
자연광을 이용해 찍은 이 영화는 초반 영문도 모르는 채 마이클을 쫓아간 약혼자 사라(줄리 앤드루스)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예외적인 상황에 몰려 허우적대는 히치콕 특유의 구성이 살아 있다.
60년대 쿠바미사일 위기를 소재로 한 「암호명 포파즈」(69년)는 반대로 프랑스 정보원 앙드레(프레드릭 스태포드)가 소련서 망명한 고관의 도움으로 정부내 소련스파이 조직인 「토파즈」의 정체를 파헤치는 내용. 지나치게 복잡한 구성과 노골적인 반공주의적 색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연출과 결말의 의외성으로 「결점을 가진 걸작」으로 꼽힌다.
「프렌지」와 오는 13일 출시될 「현기증」은 살인사건이 얽히는 서스펜스물이지만 각각 색다른 분위기로 영화팬들을 사로 잡는다. 히치콕이 72년 영국으로 돌아와 만든 「프렌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리처드(존 핀치)가 누명을 벗는 과정을 두 가지 관점으로 담았다. 히치콕은 젊은 여자만 골라 죽이는 정신병자인 친구의 범죄행각과 리처드가 쫓기면서 부딪치는 고통을 나란히 이끌어 간다.
53편의 히치콕 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는 「현기증」은 전직형사가 음모에 이용당하고 사랑도 종말을 맞는다는 주제를 원숙한 통찰력과 촬영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재산을 노려 아내를 죽이는데 이용된 닮은 모습의 주디(킴 노박)의 죄의식과 성적 욕망이 다른 작품과 달리 느린 템포로 우울하게 그려진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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