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무노동 부분임금」기존판례 논란/일부 법관 “임금 2분설은 법리모순” 변경 주장/지난 12월 전원합의체 결론못내고 연기상태 대법원이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판례로 확립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88년 대우조선 파업때 회사측이 처음 들고 나온 이래 정부 노동정책의 축을 이루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92년 3월 경남 진해시 지역의료보험조합 노조원 39명이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근로의 대가로 받는 「교환적 임금」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정근수당등 생활보장적 임금은 예외』라고 판시, 이른바 「무노동 부분임금」판례를 남겼다.
임금의 명칭과 관계없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또는 관행상 결근 지각 조퇴를 했더라도 예외없이 지급되는 임금은 일을 하지 않는 점에서 결근과 다를바 없는 파업에도 당연히 지급돼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다. 이 판례는 진해시 의보조합 노조등 89년 11월 전국동시파업을 벌인 지역의보조합 노조들이 정근수당을 달라며 일제히 제기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후 93년 6월 이인제 노동부장관이 이 판례의 수용방침을 밝혔다가 경제부처와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경질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대법원이 판례변경 문제를 논의하게 된 것은 의보조합측이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10여건의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법관들이 『모든 임금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 때문이다. 판례 변경을 주장하는 대법관들은 ▲이 판례가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임금 2분설」을 일부 수용하는등 법 논리에 맞지 않고 ▲실정법상 임금 2분설을 인정할 근거도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15일에 이어 1월19일의 전원합의체 합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월13일 합의로 넘겼다.
의보조합측을 대리한 장원찬 변호사는 『부득이한 결근과 파업을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무노동 부분임금의 토대인 임금 2분설은 근원지 일본에서도 80년대초 폐기된 시대착오적 논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선수 변호사등 재야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파업기간중 임금지급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존판례를 변경한다면 법리보다 정치·정책적 고려를 앞세웠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전면적인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판례로 확립할 경우 올 봄 임금인상투쟁을 앞두고 제2노총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재야 노동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파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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