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대책 달라” 유전점거 농성도/반정게릴라도 동조… 사태확산 우려 콜롬비아 정부가 향후 2년내 국내 코카인및 아편 경작지를 모두 없애겠다고 최근 공표한데 이어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자 마약재배 농민들이 대규모 소요로 맞서는등 콜롬비아 정국이 혼미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그간 미국등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코카인머니」가 엄청난 점을 고려, 형식적인 단속에 그쳤던 콜롬비아 정부가 이처럼 획기적인 마약근절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에르네스토 삼페르 신임대통령이 항간의 마약조직과의 연계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이다.
지난해 8월 집권한 삼페르대통령은 콜롬비아의 양대 마약조직 가운데 하나인 칼리파로부터 선거자금을 얻어 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같은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삼페르가 코카인 스캔들과 무관함을 과시하고 차제에 마약왕국이란 불명예스런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수립케 했다는 것이다.
이 정책에 따라 콜롬비아는 국방부 내무부등 관련부서들이 범정부차원의 코카인경작지 초토화작전에 나서고 있다.
경비행기와 헬기가 공중에서 제초제 살포작업을 펴는가 하면 지상에서는 화전으로 코카나무 숫자를 줄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간 코카잎을 팔아 근근히 살아온 농민들은 정부가 다른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지도 않고 무작정 경작지를 없애는 것은 묵인할 수 없다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에콰도르와 접경지역인 푸투마요 농민들은 국영석유회사인 에코페트롤사의 7개 유전을 점령, 조업을 불가능하게 하는등 콜롬비아 정부에 2백50만달러의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푸투마요의 코카재배 농민들은 대체작물및 경제원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정부로부터 얻어낸 뒤 점거농성을 일단 풀었으나 마약 경작자들의 소요가 남동부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콜롬비아 정부는 큰 고민에 싸여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반정부 좌익게릴라들이 제초제를 살포하던 공군 헬기를 격추시키면서 콜롬비아 국내 정국은 한층 더 어수선해지고 있다.
마약재배 농민들을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백만달러를 챙기고 있는 게릴라단체들은 코카 경작지가 사라질 경우 자신들의 존립 기반 역시 없어진다고 보고 콜롬비아 정부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코카재배 농민들과 게릴라의 반발보다 경작지 주변지역 농민들의 동조 소요와 마약 초토화 작전에 나선 군대가 양민들에게 인명피해를 입힐 경우 발생할 사태 확산에 있다.
일반 농민들은 코카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뿌리는 고엽제등이 일반 식물과 가축등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를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코카나무 박멸에 나선 군대가 이 과정에서 양민을 다치게 할 경우 중·하류층에 지지기반을 둔 삼페르정부의 인기가 폭락할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전국적인 반정부 소요로 발전할 소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등 서방소비국들로부터는 큰 환영을 받고 있는 마약 근절책이 콜롬비아 국내의 반발을 물리치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게 될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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