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0년만의 기록적인 대홍수에 휩쓸리는 유럽을 보면서 두가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첫째는 지구 저편의 일들이 이제 남의 일같지 않게 우리에게 와 닿는다는 점이고, 둘째 이런 자연재해가 자연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부산물이 아니냐는 우려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한국경제에 파급
올해 들어서만도 세계는 미국서해안의 이상폭우, 일본의 대지진, 유럽의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이런 자연재해가 바로 텔레비전화면을 통해 현장에서 또는 몇시간의 시차만을 두고 우리의 안방으로 전해졌다. 그때마다 우리와 무관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가 한동네가 된 탓도 크지만,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바로 우리의 이해와 연계될 정도로 세상이 변한 것이다.
한국사람과 회사들이 많이 해외로 진출함에 따라 이런 재앙이 발생할때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영향 못지 않게 간접적인 파급을 많이 받는다. 일본의 지진이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압박요인이 되면 그것은 그대로 한국경제에 파급효과를 주게 된다. 브라질의 가뭄이 전세계 커피소비자의 가계부에 주름을 준다. 요즘같이 핫머니가 세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한나라의 일이 그 나라나 바로 이웃나라의 일로 수속될 수가 없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요새 유행하는 「세계화」는 정치적 사회적 캠페인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움직이는 현상 또는 힘이 되고 있다.
○「온난화」의 세계화
유럽의 대홍수로 물바다가 된 거리를 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이재민들을 볼때 얼핏 우리 주변에서 나오는 우려는 『세상이 왜 이러지』 『말세가 아니냐』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정작 재앙에 처한 유럽에서는 인류문명에 대한 반성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경제적인 이익만을 위해 라인강을 인위적으로 개발한 것이 홍수피해를 늘렸다는 지역적 지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사용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이상폭우와 이상가뭄을 지구 곳곳에서 촉발하고 있으며 유럽폭우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가설이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자연재앙의 가설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고,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축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런 것들이 지구환경의 파괴요인이 된다는 국제적 동의는 리우환경 정상회담등을 통해 이루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유럽인들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다급한 진단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라인란트 주정부의 환경장관은 범람하는 라인강을 보면서 『전후 50년동안 인류는 자연을 유린해 왔다. 라인강은 우리의 방식이 틀렸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대홍수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 발상은 그 가설의 입증을 초월하여 세계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인식시키는 아이디어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앞둔 인류문명의 특징으로 정보통신혁명과 지구환경파괴가 똑같이 가속이 붙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지구전체를 하나의 행동반경으로 생각하는 「글로벌사회」전략은 국가만 아니라 회사나 개인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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