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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정치(장명수칼럼: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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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정치(장명수칼럼:1776)

입력
199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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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서 눈에띄게 달라지는 일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일 벌리기를 기피하며 복지부동하던 공무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행 한달을 넘긴 쓰레기 종량제는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의 규격봉투 사용률이 98%에 이르고, 쓰레기 배출량이 35% 줄었다고 발표했다. 봉투를 사서 쓰는등 몇가지 불편을 겪으면서도 국민들은 종량제 성공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종량제는 새 정부 출범 직후 환경처가 공론화하기 시작했는데,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대를 물리친 결단력, 장관이 바뀐후에도 계속 밀고 나간 일관성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떤 일을 꼭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먼저 겁내고, 책임자가 바뀔때마다 전임자가 추진하던 정책을 폐기처분하는 것은 관가의 오랜 고질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폐단이 없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거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절망적으로 방치됐던 서울의 교통난을 풀기 위해서 서울시는 두가지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13일부터는 승용차 10부제를, 3월부터는 버스전용 차선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이미 계몽기간에 들어갔는데, 거리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바쁘게 일하는 경찰의 모습은 오랜만에 경찰이 민생을 위해 뛰고 있다는 흐뭇함을 안겨준다.

 작년 추석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선제를 처음 시행하여 성공을 거두었을때 국민들은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다. 연휴나 주말마다 전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그동안 담당관리들은 버스전용 차선제를 시행하려는 연구보다는 그것을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만을 나열해 왔단 말인가 라고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찼다.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선제는 이번 구정연휴에도 성공을 거두어 이제 확실하게 뿌리 내렸다.

 오랜만에 움직이는 공무원, 뛰는 공무원을 보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의 위기감을 종량제라는 정책으로 묶어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는 환경부, 뒤늦게나마 교통난 해소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건교부와 서울시와 경찰, 기다렸다는듯 호응하고 있는 국민의 모습이 살아 있는 행정, 살아 있는 정치를 실감하게 한다.

 승용차 10부제도 벌금으로 위협할게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들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서울시장은 물론 정부 각부처의 장차관들이 열흘에 하루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면 매우 효과가 클 것이다. 국민생활을 하나 하나 개선해가는 행정이 쌓여간다면 그것이 바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될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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