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차단” “경기퇴조 우려” 논쟁속 단행/주가는 「멕시코 지원」 힘입어 오히려 올라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조치는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는 경기가 자칫 과열로 치닫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할 수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밝힌대로 인플레 가능성을 미리 막아 적정 수준에서 경제가 순항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다.
미국경기는 그동안 꾸준한 활황세를 보여 왔으며 그에 따라 경기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FRB가 경기과열을 우려하며 인플레 가능성을 경고해 온 반면 의회와 업계등에서는 금리인상이 다시 단행될 경우 경기퇴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서왔다. 이는 최근의 경제성장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FRB는 이번 금리인상에 앞서 지난 1일(미국시간) 발표한 성명에서『낮은 실업률과 높은 공장가동률등 인플레 압력요인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실업률이 낮은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필연적으로 임금인상을 수반하고 공장가동률이 너무 높으면 자원의 흐름이 막혀 기업들이 부족한 자원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5.4%로 지난 20년이래 최저수준이다.
지난 1년간 미국경제는 경기논쟁을 벌일만큼 높은 성장세를 지속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FRB는 지난해 2월이래 이번까지 1년간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이같은 인상 행진으로 지난 1년간 민간은행의 금리는 2배수준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대를 기록했고 인플레는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FRB는 적정 경제성장률을 2%선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중은행과 경기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체이스 맨해튼, 시티뱅크, 뱅크 오브 아메리카등은 이날 당장 우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9%수준으로 올렸다. 이번 금리인상은 특히 경제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주택건설과 자동차판매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미국의 금융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부터 인상이 이미「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은 금리인상보다도 멕시코에 대한 클린턴정부의 금융지원조치가 영향을 발휘해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 존스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70포인트가 오른 가운데 폐장됐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정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한 금리인상 반대론자들은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번 금리인상 효과가 채 나타나기도 전에 또다시 금리를 올린 것은 성급한 조치라며 『경제를 죽일 작정이냐』고 성토했다. 공화·민주 양당의원들은 일제히 『FRB가 「가상인플레」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일색이었다.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만이 『인플레 억제와 달러화 방어를 위해 바람직한 조치』라고 이번 조치를 옹호했을 뿐이다.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FRB와 신경전을 벌였던 행정부는 『FRB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그 결정에 대해 지지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이번 금리인상 조치가 취지대로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인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은 「실업률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지속될 때 임금인상이 수반된다」는 교과서적 일반이론과는 동떨어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금리인상조치 역시 이론대로 제 효과를 낼는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뉴욕=조재용특파원>뉴욕=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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