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중이던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송성일선수의 죽음소식으로 시작된 이번 설날연휴의 스포츠계는 말 그대로 국내외로 빅 이벤트가 줄을 이은 황금의 4일이었다. 올림픽공원의 농구경기는 이미 연세대―고려대전의 입장권 1만4천장이 한달전 동났을 때 예견됐듯 연일 「오빠부대」가 몰려 열광의 도가니를 이뤘고 배구장 역시 찢어지는 여고생들의 함성과 들뜬 대학선수들의 투지 넘친 플레이가 어우러져 폭발 일보전의 분위기였다.
때마침 29일 호주 멜버른에서는 금년 첫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의 남자단식 결승전이 열려 여성팬들의 우상인 안드레 아가시가 우승했다. 30일에는 암표 한장값이 1천2백달러까지 간 미식축구 슈퍼보울경기가 중계돼 국내팬들도 멀리 마이애미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함께 호응했다.
31일, 1일 이틀간 장충체육관의 설날장사씨름대회서는 색다른 광경이 연출됐다. 『젊은이들을 민족 고유스포츠인 씨름장으로 불러모으려면 우선 국가지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김재기 민속씨름총재의 손에 이끌린 민주당의 이기택대표, 민자당의 김덕룡의원등 정계거물들이 대거 본부석을 메웠고 5백여명의 동남아근로자들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햄버거집」 「설렁탕집」같은 대조적인 관중석이었지만 아무튼 농구·배구·씨름장 어느쪽 관중석도 비집고 들 틈없이 대만원이었다.
스포츠경기에서 이제 관중은 주역이 된 느낌이다. 요즘 농구 배구의 실업팀들이 대학돌풍에 맥을 못추고 있는데 대해 『선수들이 대학을 떠나 오빠부대의 환호를 잃게 되면 경기에 대한 흥을 잃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스포츠가 「자신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란 고전적 의미는 퇴색되고 「스포츠는 쇼, 운동선수는 인기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중없는 경기장에서 젊음을 태우다 25세를 일기로 떠난 송성일의 죽음은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관중의 환호를 받아 본 것은 히로시마대회가 처음이었다는 송성일. 그도 오빠부대가 따라다니는 억대 몸값의 인기종목 선수였다면 죽음의 문턱에 가서 중병을 발견하는 아쉬움을 남기지는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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