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지역 19세기중반부터 영유권 다툼/원유·광물풍부… 양국 이해관계 첨예대립 지난 26일 페루와 에콰도르의 접경인 콘도르지역에서 터진 무력충돌은 발생 4일째인 29일 현재까지 쉽게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페루는 오는 4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알베르토 후지모리대통령은 물론 야당후보인 하비에르 페레스전유엔사무총장까지 표밭을 의식,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등 강경일변도로 흐르고 있고 에콰도르 역시 차제에 잃었던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라중 어느쪽이 먼저 도발을 감행했는지는 아직까지 가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번 분쟁발생지역에선 1백여년전부터 양국간에 크고 작은 충돌이 수시로 빚어졌기 때문에 이번같은 사태가 야기될 충분한 소지를 안고 있었다.
콘도르지역의 무력분쟁 역사는 18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경선이 명확하게 그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에콰도르정부가 이 지역을 채무변제용으로 외국에 할양하겠다고 나섰던 것.
이에 발끈한 페루는 5년뒤 에콰도르를 침공, 3년간 전쟁이 벌어졌다. 양국은 1887년 스페인국왕에게 영유권에 관한 중재를 요청, 이 지역이 에콰도르로 귀속되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계속 불만을 품고 있던 페루는 1941년 3만명의 병력을 동원, 이 지역을 강제 점령했다. 이듬해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등의 중재로 양국은 국경선을 확정하는 평화협정(리우의정서)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상당한 영토손실을 봤다고 생각한 에콰도르는 지난 60년 『대포를 앞세운 협약은 무효』라며 이 지역에 세워져 있던 국경표지를 임의로 제거했다.
양국이 무력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이 지역에 강한 애착을 갖는 이유는 실질적인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콘도르지역에는 원유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데다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세울수 있는 적지여서 경제적으로 큰 가치가 내재된 곳이다. 특히 에콰도르 입장에선 지난 41년 전쟁때 잃은 영토가 현재의 국토면적(28만㎢)과 맞먹는 20만㎢에 달해 더욱 강한 실지회복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분쟁이 발생하자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지난 42년 리우의정서 보증국들은 페루와 에콰도르에 대해 즉각 전쟁을 중단하고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무력충돌이 중남미 경제발전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번 분쟁은 또 중장기적으로 미주전역을 단일 경제블록으로 묶으려는 미주국가들의 야심찬 계획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특히 우려를 사고 있다. 미주기구(OAS)가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영토분쟁이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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