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경제회생 노려 불평등협정 감수/미군실종자문제가 향후 관계진전 관건 미국과 베트남은 28일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를 상호 개설함으로써 양국관계의 완전정상화를 향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양국은 이와함께 동결재산 반환협정을 체결, 75년 4월30일 월남전 종결이후 서로 압류한 상대국 대사관 건물등을 돌려주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정유시설등 총 32점, 2억3백만50달러어치의 과거 재산을 모두 돌려받았다. 반면 베트남은 3억6천만달러에 달하는 구월남정부의 예금 반환을 희망했으나 이번에 돌려받은 것은 워싱턴의 옛 월남대사관 건물뿐이다. 그같은 불평등속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 조속히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베트남정부의 조급함이 배어있다.
미국은 자국에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월남전이후 베트남에 대해 철저한 「보복전」을 펴왔다. 자국기업은 물론 서방측을 주도해 경제봉쇄책을 구사하며 베트남을 「고립무원의 섬」으로 만들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모순에 빠진 베트남정부가 「도이모이(쇄신)」정책을 펴 시장경제 접목을 추진하려 해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등에 입김을 넣어 자금줄을 차단해 왔다. 군사적으로는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 루주등 캄보디아 반군세력에 군원을 제공하면서까지 베트남의 「팽창주의」를 견제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께부터 몰아친 세계적인 해빙무드는 이념과 감정에 집착한 미국을 구시대적 사고의 낙후국으로 만들었다. 정경(정경)분리를 앞세운 일본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의 자본과 상품이 베트남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다 전략가치보다는 지역간 경제협력을 우선시하게 된 동남아국가들의 발빠른 변신으로 미국은 대베트남정책에 변화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양국이 해결의 실마리를 쥔 계기는 월남전 당시 포로(POW)와 실종자(MIA) 송환문제다. 이를 계기로 두나라의 막후 교섭을 진척시킬 수 있었으며 지난해 2월 양국관계정상화의 시발점이 된 클린턴 대통령의 대베트남 무역제재 해제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번 발표로 양국 관계개선이 빨리 진척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미·중이 탁구경기(핑퐁)를 시작으로 국교정상화까지 5년이 걸렸듯이 아직은 외교상 가장 기초적인 수준인데다 몇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다. 크리스틴 셸리 미국무부 대변인이 강조했다시피 앞으로의 관건은 실종자 문제에 대한 베트남의 협조적 태도이다. 또 보수성향의 공화당이 지배하는 미의회도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양국관계의 완전정상화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이 붙인 조건들은 뒤늦게 뛰어든 미국이 베트남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남겨놓고픈 「히든 카드」로 볼 수 있다. 이미 베트남에는 미국 자본이 2억2천만달러 이상 유입된데다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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