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얼굴」 인선에도 많은시간 할애할듯 김영삼대통령은 28일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오는 1일까지의 설날연휴를 보내기 위해 중부지방의 휴양지로 떠났다. 여느때와는 달리 고향인 거제에 내려가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취임 후 설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거제의 조부모및 모친 묘소를 성묘한 뒤 생가에서 부친 김홍조옹에게 세배하고 나서 휴식을 취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27일 서울로 올라온 부친 김옹에게 인사를 한 후 휴가를 떠났다.
김대통령이 고향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휴식에 들어간 것은 뭔가 생각할 일들이 많아서인 것으로 보인다. 설연휴가 끝나면 바로 민자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데다 김종필전민자당대표의 탈당및 신당창당 움직임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질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자치제선거도 대비해야 하니 김대통령으로서도 생각할 것이 적지않을 것이다. 우선 당장 전당대회 이후의 민자당을 이끌어갈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체제의 인선구상도 해야하고 개혁을 중심으로 한 당운영 방안, 흐트러짐없는 국정장악등도 연휴기간에 구상을 끝내야 한다.
사실 김대통령은 작금의 정국상황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증하듯 전당대회문제가 거의 마무리되고 또 김전대표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도 현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지난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있은 민자당 소속의원및 지구당위원장과의 만찬에서도 김대통령은 최근의 사태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없이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보람을 심어주는 정당이 될 것』 『우리 당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소망을 이룩할 것』이라는 등 원칙적인 얘기만을 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침묵할 때면 반드시 정국돌파를 위한 구상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특유의 스타일로 미루어 이번에도 설연휴가 끝난 뒤 김대통령이 어떤 말을 꺼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면전환을 위한 특단의 조치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전대표의 탈당움직임으로 정국이 다소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현단계에서 어떤 시책을 내놓으면 뻔히 「사안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 등 역작용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대표문제나 당내의 동조탈당에 대해서도 당내 중진들이 현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이상으로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당내이탈을 예상하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정공법으로 달라진 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사석에서 『국민이 세계화를 위해 김전대표를 퇴진시켰다고 수긍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하는데 정말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내에서 인물을 찾자니 세계화에 맞는 참신한 이미지의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당외인사는 다소 전열이 흐트러진 민자당을 확실히 장악해 나가기 어려워 고민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당대표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게 아니고 협의체에 의한 결정이 더욱 힘을 갖게 되리라고 청와대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당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대통령의 측근에 있는 인사들이 아직 김대통령의 입을 통해 당대표와 관련된 그 어떤 얘기도 들은 바는 없었으나 연휴기간 김대통령이 이 대목에 가장 많은 고심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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