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파악 못하고 구조지체… “위기관리 허점”/외국 지원제의 거절 폐쇄자세도 비판대상에 간사이(관서)지진이 인재냐 천재냐 하는 문제로 일본국회에서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지진은 도시형 직하지진인데다 진도규모도 최근 수십년내 가장 커 애당초 큰 피해가 불가피했지만 지진발생후 인명구조작업등 정부의 사후대응이 늦는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선 정부의 늑장대응을 들 수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가 17일 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알게된 것은 발생후 2∼3시간이 지난후였다. 그것도 행정계통을 통한 보고가 아니라 TV뉴스를 통해서였다. 무라야마총리는 이때까지도 지진상황을 몇명 정도가 사망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규모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이날 하오 정부·여당 수뇌회의때였다. 이날 상오까지 TV에선 희생자수를 『수십명』정도로 보도했으나 고베현지에서 야당의원들이 『최소한 수백명이 사망했으니 비상사태를 선언하라』고 총리실로 연락하고 이가라시 고조(오십람광삼)관방장관도 경찰청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나서야 일본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정부가 현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물자보급계획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지진발생 4일째인 21일이었고 일주일째인 24일에야 고베시를 「재해지역」으로 선포, 공공시설의 복구비용을 정부자금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정부의 위기관리체제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자위대의 출동도 신속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위대는 지진발생 수시간후 효고(병고)현에 주둔중인 일부 병력을 투입하긴 했지만 그 숫자가 너무 적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위대가 3만명을 동원, 본격적인 구조활동을 벌인 것은 이틀이 지난후였다. 이에대해 방위청은 지방자치단체의 출동요청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야당측은 사회당출신인 무라야마총리가 자위대의 활동자체를 달갑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자위대를 즉각 대규모로 동원치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자위대의 긴급소집 과정상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자위대원들은 영외거주가 허용돼 평소 전체병력의 40%가량만 부대에서 합숙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연휴때는 영내거주자도 외박이 허용되고 있는데 지진이 발생한 17일 새벽에는 전날인 15∼16일이 연휴여서 당시 영내에 있던 병력은 20%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문제는 일본정부가 해외의 구조지원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것. 지진직후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등 외국으로부터 구조대 의료진 식수등의 지원제의가 있었으나 일본정부는 경제대국의 체면을 생각한 탓인지 이를 수용치 않았다가 인명구조가 늦어지고 구조물자가 부족하자 며칠후에야 일부국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본정부는 지원신청을 한 50여개국중 10여개국의 제의만 수락했는데 외국의 구조대와 의료진들중 일부는 일본의 폐쇄적인 자세에 불만을 품고 도중에 귀국하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외국의료진에 대해 일본내 의료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진료를 금지하고 일본인 의료진의 보조역할로 제한하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23일에 「긴급피난적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국의료진의 직접 의료활동을 허용키로 했던 것이다.<도쿄=이재무특파원>도쿄=이재무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