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정상재벌인 현대그룹의 조직개편은 다목적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정세영회장이 말한대로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거시적인 목적이 있겠고, 92년대통령선거의 후유증으로 남아있는 김영삼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함으로써 불이익에서 벗어나자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간에 현대그룹의 조직개편은 국민경제의 경쟁력강화대책으로 정부·학계·일반여론이 주장하고 지지해온 선단식경영의 지양,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강화, 비상장계열기업의 기업공개, 대주주의 지분축소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어 전향적이라 하겠다.
현대그룹의 조직개편계획은 이번이 두번째로 첫번째 것을 백지화하고 완전히 새롭게 마련된 이번 계획이 훨씬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다. 우선 현재의 50개 계열사를 23개로 축소하는데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중공업·전자·자동차·화학·제철 및 기계· 건설부문등 6개업종의 소그룹들로 재정비하고 이를 전문경영체제로 경영키로한 것은 적절한 결단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현대그룹이 개척자의 역할을 한것도 있고 후발기업의 입장인 것도 있으나 모두 무리가 없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또한 금강개발산업등 10개사의 계열분리, 강원은행등 6개사의 매각, 현대엔지니어링등 11개사의 관련주력업종기업들과의 흡수합병등 구체적 계열기업들의 통·폐합방안도 크게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 않아 현실성이 있다.
한편 대주주 지분율을 현행 60.8%에서 97년말까지 40%이하로 감축하겠다는 것은 현대그룹 대주주들로서는 과단성 있고 결단을 한것이라지만 기업공개의 확대가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고 경영합리화에도 보다 부합되는만큼 주식분산의 폭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같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제의 귀추다. 그룹이 6개업종의 소그룹을 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전권을 갖고 경영토록 하는 동시에 이와는 별도로 정회장등 오너(소유주)경영인 3인과 전문경영인 3인등 6인의 그룹운영위원회를 두어 그룹차원경영권을 행사토록 한 2원적 특수경영조직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할지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조직은 오너경영방식이나 선진국처럼 전문경영인의 경영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이 강하다. 결과가 좋다면 현대그룹의 2원적인 경영체제가 과도기적 경영형태로 적합할지도 모른다.
현대그룹의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하여 정부의 제재해제설이 나돌고 있는데, 정부는 이제 제재를 풀어줘야 한다. 시간도 충분히 흘렀고 법적인 처리도 매듭지어졌으며 현대그룹 스스로 탈정치선언도 하고있는만큼 더이상의 제재는 한국경제에도 손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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