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 통합상징… 말·글 “극존칭” 지난달 3일 아키히토(명인)일왕 일가는 왕궁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에 모여있던 수많은 군중들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일왕의 다정함에 감동하는 모습들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일왕의 신년하례가 있었고, 적어도 그 곳에 모인 국민들에게만은 「천황제」의 정통성이 인정된 셈이다.
「천황제」의 존립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는 좀처럼 하지 않지만 수년전의 한 조사에서는 절반이상의 국민이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과 1989년은 일본인들에게는 다른 시대에 속한다. 쇼와(소화)시대가 끝나고 헤이세이(평성)시대가 새롭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1979년에는 원호법이 만들어져 행정관청, 재판소등 국가의 모든 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서력기원이 아니라 연호를 사용토록 하고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올해는 1995년이 아니라 평성7년이다.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에도 일을 하는 일본인들은 1989년부터 12월에 공휴일을 하루 더 갖게 됐다. 23일이 천장절(천황의 탄생일)로 현 일왕 아키히토(명인)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일왕관련보도에서는 극도의 자제심을 발휘할 뿐 아니라 모든 용어를 똑같이 쓴다. 우리말 만큼이나 경어체가 발달한 일본어에서 일왕에 대한 모든 글은 극존칭으로 돼 있다.
일본 헌법1조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며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국민의 총의에 기초한 것이다」는 죽어있는 문구가 아니라 살아 숨쉬고 있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포로의 심문서에는 「천황비방을 거부함」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었다』고 쓰고 있다. 이는 1946년 『나는 인간일뿐 신이 아니다』라는 히로히토(유인)일왕의 「인간선언」이 나온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도쿄=최성욱기자>도쿄=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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