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표 보다는 대국민호소에 비중/「보통미국인」강조 정치적 이미지 제고 빌 클린턴미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집권2기의 국정 청사진을 밝히는 95년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1시간20분간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하원의장은 클린턴대통령보다 높은 위치의 뒤편 의장석에 앉아 연설을 들었다. 이날 연설은 40년만에 민주당대통령이 공화당의장 앞에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30여차례의 기립박수가 말해주듯 시종 우호적이며 초당적인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클린턴대통령은 『우리는 오늘밤 아무 것도 동의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미국민들이 지난 92년과 94년에 던진 표가 확실히 「변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 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조크로 서두를 꺼냈다. 자신이 승리한 92년 대선과 공화당이 승리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연두교서에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했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등 다양한 국정현안에 대해 공화당의 협력을 구할 것은 구하고 민주당정부의 입장을 고집할 것은 고집했다. 특히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온 문제들에 대해 기존 입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다.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감세, 정부기구 축소개편, 중산층에 대한 지원방안등에 관해서는 의회쪽과 현저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시간당 4달러 25센트에 불과한 최저임금에 관해 클린턴대통령은 『어린자식의 도움까지 받아도 이정도 갖고는 살아갈 수없다』며 비장한 톤으로 공화당이 반대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정부사업을 축소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부분에서도 『어제의 정부를 축소 감량하되 초라하게 하진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과 정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환상사이의 헛된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새로운 계약」에 따라 국민들 역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취임한 이후 2년간 미국은 더욱 튼튼해졌다고 말한 클린턴대통령은 그동안 6백만 자리의 직업이 창출됐다는 예를 들어가며 경제발전결과의 공치사를 빼놓지 않았다.
북한핵 등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야욕은 반드시 저지될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가 「훌륭한 안전장치」라는 점을 상기시켰고 중동계 테러단체들의 미국내 자산동결 조치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마치 차기대통령 선거캠페인을 치르는 기분으로 연설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의회구도에 따라 위축된 민주당의 정치환경을 시인하면서도 남은 임기동안 결코 공화당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선보이는데 주력한 것이다. 그는 특히 연설말미에 자원봉사자 군인 목사등 지난해 미국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한 「보통 미국인」을 일일이 열거·소개함으로써 애국심을 향도하는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날 연두교서는 정책발표라기 보다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감안해 대국민 호소에 주안점을 둔 정치연설이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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