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문학」 자리잡는다/이순원·신경숙·구효서·박상우 등/중·단편 「작가선집」 상반기 출간 탈이념, 중심해체, 다원화등의 가제가 붙은 80년대 말, 90년대 우리문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시대변화만큼 빨랐던 문학의 자기변신에 대한 여러 논의를 거쳐 최근 문단의 새로운 조짐들을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작업 속에서 「기대되는 문학인」이나 「새로운 징후를 보이는 작가들」 정도로 모호하게 규정됐던 젊은 작가들이 「제4세대 문학인」이라는 선명한 이름으로 아우러진다.
월간 문예중앙은 이순원 신경숙 구효서 박상우 하창수 윤대녕등 80년대 후반에 등단한 작가 10인을 선정, 「제4세대 작가선집」이라는 제목으로 중·단편집 10권을 준비중이다. 1차로 상반기에 다섯권이 나온다.
이 선집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김윤식(국문학)교수는 『90년대에 나타난 문학경향은 순수 한글교육세대로 4·19이후에 등단한 이청준, 황동규, 윤흥길등 소위 3세대작가들과 분명히 창작경향이 다르다. 작가들을 둘러싼 문화환경은 이제 영상 중심으로 바뀌었다. 젊은 작가들은 다양한 형식과 자기 주장 속에서 비디오와 음악의 요소를 문학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복잡다기해 가는 우리 문학계를 잠정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문단 4세대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언론과 출판전문지등이 세대교체의 징후를 보이는 새로운 작가로 조사·정리했던 작가들은 소설가 윤영수 신경숙 공지영 이인화 윤대녕 장정일 김소진 박상우, 시인 박상순 유하 등. 다원성이라는 말 외에는 한데 묶을 명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도덕성을 배제하고 악마성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갖는다」(장정일)거나, 「존재의 시원을 찾아 그 원형에 접근함으로써 문학 본질로 회귀하고자 한다」(윤대녕), 「근대적 인간이 갖는 강한 주체성의 해체를 다룬다」(이인화)는등 분명한 자기 목소리로 창작활동을 해왔다. 「운동권문학의 내실화·성공적 시선변경」으로 평가받는 공지영처럼 80년대 문학의 뜰에 발내리고 있으면서 앞으로 걸어갈 곳을 찬찬히 응시하는 작가도 있다.
문단에 세대개념이 대중화된 것은 83년 삼성출판사가 「제3세대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청준 조세희 한승원 윤흥길 송영 최인호등 24명의 소설선집을 낸 뒤부터.
당시 「제3세대 한국문학」을 기획했던 이어령씨는 서문에서 춘원 육당같은 신문학 초창기 개척자의 문학을 할아버지세대의 문학이라고 규정했다. 언어로 볼 때는 한자세대이며, 사회구조로 볼 때는 봉건주의의 아이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이씨에 의하면 아버지세대의 문학, 제2세대에 속하는 문학은 일제시대와 6·25전쟁의 수난 속에서 태어난 문학이다. 언어로 볼 때 그들은 일어에 속하며 역사로 볼 때 식민지와 전쟁시대의 아이로 불릴 수 있다. 이씨는 『손자들세대에 속하는 문학은 4·19 이후에 탄생한 문학이다. 그들은 한글세대에 속하며 그들의 손으로 역사의 전환점을 만든 자유로운 시민의 세대에 속해 있다. 그들은 TV시대의 아이들이며 도시의 높은 굴뚝 밑에서 성장한 산업시대의 아이들이다』라고 말했다.
「4세대문학」을 이야기한다거나 우리 문단을 세대로 나눈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런 시각도 없지 않다. 인하대 최원식(국문학)교수는 『세대라는 개념엔 기본적으로 평자들의 자의성이 내포돼 있다』며 『시대적 상황에 조응해 문학의 사회참여와 순수문학에 대한 옹호가 교대하면서 문단의 큰 흐름을 이루었는데 90년대도 이런 순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범수기자>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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