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고생끝 중기일궈… “내겐 남의일 아니다”/지난92년 LA흑인폭동때도 「1억큰돈」 쾌척 『실의에 젖은 재일동포들에게 모국의 정을 전해 주십시오』
간사이(관서)대지진으로 가족과 재산을 잃은 재일동포 돕기운동에 중소기업체 사장이 1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주)동아전기 이건수(53)사장은 24일 한국일보사를 방문, 자신의 성금 1억원과 회사 임직원들의 정성을 모은 4백여만원을 함께 기탁했다.
1억원의 성금은 매출액 3백억원대의 중소기업을 맨손으로 일군 이씨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이씨도 『주위에서 「무슨 돈이 많아 때마다 큰 돈을 성금으로 내느냐」고 오해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하던 그는 『단돈 1백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갖은 고생을 하며 재산을 모은 제게 재일동포들의 곤경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습니다』고 성금에 담긴 뜻을 밝혔다. 그는 92년 미국 LA 흑인폭동때도 재미동포들을 위해 1억원을 쾌척,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해외동포들, 그중에서도 특히 재일동포들은 이국에서 피땀으로 모은 돈을 조국이 어려울 때마다 성금으로 냈지 않습니까. 이제는 조국이 그들을 도와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희대정외과를 나온 이씨는 25세때인 67년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가발장사로 시작,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슈퍼마켓 경영, 원자재 무역등으로 재산을 모았다. 85년 귀국한 그는 부도위기에 처한 동아전기를 인수, 매출액 5억원에 불과하던 회사를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선두주자로 키웠다. 전전자교환기(TDX) 주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하는 동아전기의 지난해 매출액은 3백50억원으로 10년사이 70배로 성장했다.
이씨가 일본의 재앙에 남다른 아픔을 느끼는 또 다른 연유는 바로 이렇게 기업을 일구는데 일본협력업체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동아전기는 국책사업이었던 TDX시스템 전원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까지 일본 NEC사와 TDK사로부터 기술정보와 원자재 확보등에 많은 지원을 받았다.
『어려운 시절에 도와준 일본인 친구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씨는 『회사에 여유가 있다면 직접 달려가 일본협력업체의 피해복구를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동아전기와 일본협력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관계다. 그러나 매년 30여명의 동아전기 직원들이 지금도 일본 협력업체에서 기술연수를 받고 있고 일본 기술자가 동아전기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과거 일본의 만행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혼자 잘 살 수는 없습니다』고 말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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