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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장명수칼럼: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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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장명수칼럼:1773)

입력
199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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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쓴 사교육비는 17조4천6백40억원으로 국민총생산의 6.03%, 전체교육비의 40.4%를 차지, 공교육비 16조7천5백78억원을 능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우리나라 교육투자실태와 수익률 분석연구」). 사교육비에는 학용품비·과외비·하숙비등이 포함되는데, 이중 문제가 되는것은 과외비 5조8천4백47억원이다. 초·중·고생의 과외비는 학부모가 아니고는 그 심각성을 짐작하기 어려울만큼 상식선을 벗어난지 오래다. 대도시 중산층의 경우 초·중·고생 한사람에게 쓰는 과외비는 보통 이삼십만원에서 오륙십만원정도인데, 두 자녀라면 1백만원이 넘기도 한다. 대입준비에 매달리는 고교생의 과외비는 물론 더 올라 간다.

 경력 15∼20년인 회사원의 월수입을 2백만원 내외로 볼 때 이 액수는 엄청난 것이다. 직장생활 비용과 가계 공과금등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전수입을 과외비로 써도 부족한 실정이다. 과외비야말로 아버지의 월급액수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기적의 숫자다. 『재산을 물려줄 형편이 못될수록 더욱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많은 부모들의 열망이 그 기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국민학교 어린이들도 보통 두과목 이상의 과외를 한다. 피아노·그림·영어·속셈·서예·컴퓨터등 수많은 과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과외를 통해서 경쟁을 배우고, 친구를 사귄다. 직장에 다니느라고 국교생인 아들의 과외를 챙기지 못했던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에게 친구들이 너의 어머니는 계모냐고 물었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런 질문이 문제가 아니라 과외를 안하는 우리 아이는 같이놀 친구가 없어 외토리가 되는것이 더 문제였다』고 말한다.

 주부들중에는 파출부등의 부업을 하면서 과외비를 마련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뭔가 배우고 있는데, 내 아이만 놀릴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어머니들을 지배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과외비를 공교육비로 흡수할수 있도록 학교교육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데, 학교교육의 확충과 함께 경쟁의 물꼬를 바로 터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외의 목표는 결국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중한 사교육비로 심화되는 계층간 갈등과 사회비리, 과외에 눌리는 학교교육등을 바로잡기 위해서 한가지 분명한것은 교육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고, 국민이 그 부담을 나누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6조원에 가까운 과외비는 이기적인 성격이 강한 돈이지만, 그 정도의 돈을 쓸수 있는 나라의 수준과 욕구에 걸맞게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6조원이라는 돈이 경쟁심리와 불안해소에 낭비되지 않고 제대로 교육효과를 거둘수 있게 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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