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의 「빅쇼」(토 하오7시)가 순수 가요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색다른 형식, 과감한 연출등이 그 이유로 짐작된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인기 코미디프로그램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쇼프로의 큰 줄기였던 가요프로는 80년대 후반부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총체적 가요문화의 부재를 첫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무분별한 외국음악의 복사, 10대의 괴성이 인기의 척도가 돼버린 콘서트, 상업성이 더욱 강해진 음반시장등으로 가요문화는 극심한 황폐화를 겪어 왔다.
다른 이유는 음악향수 방식의 개별화이다. 넣고 다니는 CD플레이어와 뮤직비디오등의 발달로 인해 듣고 싶은 음악, 보고 싶은 가수들을 어느 때든 만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방송의 가요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고전하면서 버라이어티쇼의 형식으로 모습을 바꾸거나 심야 시간대로 옮겼다가, 그나마 모습을 감추었다. 현재 국내 방송사의 순수 가요프로는 KBS 「가요톱텐」, SBS 「인기가요20」등이 고작이다.
이런 여건에서 시청자를 성인층에 맞춘 「빅쇼」는 처음에는 모험으로 여겨졌다. MC없이 출연자들이 직접 진행까지 맡는다는 시도도 아슬아슬했다.
그러나 가요계에 큰 자취를 남긴 가수들을 종횡으로 엮는 기획과 옛가수들을 다시 무대에 세우는 노력등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가수들의 음악인생과 숨겨진 얘기를 끄집어내 시청자들에게 우리 가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청소년 스타들을 동원한 내용없는 오락프로그램이 판치는 방송에서 진지한 접근방식이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 반갑다.<권오현기자>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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